하지만 과거가 무슨 끔찍한 범죄를 저질렀던가? 왜 돌아보면 안 되는가? 왜 과거가 그토록 위험하고, 왜 과거를 돌아보는 일이 사람을 소금 기둥으로 변하게 할 만큼 엄청난 죄란 말인가? 종말은 바로 과거를 파괴하러 온다. 소돔과 고모라를 떠나기만 하면 되는 게 아니다. 그것은 쉬운 부분이다. 모두가재난을 피해 도망친다. 진짜 시험은 과거를 잊는 것, 과거를기억에서 지우는 것, 과거를 그리워하지 않는 것이다. 롯의 아내는 도시를 떠났지만 그곳을 끝내 잊지 못했다.
시간은 방금 막 지나간 마지막 초가 아니라 과거로 넘긴(그리고 미래로도 이어질) 실패의 연속이자 발터 벤야민이 말한 폐허 더미이며, 그 폐허 더미 앞에서 역사의 천사는 경악하여 얼굴을 돌린 채 서 있을 것이다. 역사의 천사(클레가 <앙겔루스 노부스>의 모습으로 그린)는 사실 롯의 아내일 수도 있지않을까?
롯의 아내는 왜 걸음을 멈추고 뒤돌아보는가?
그것이 인간적인 행동이니까.
거기에 무엇을 두고 왔을까?
과거왜 하필 소금인가?
소금은 기억이 없으니까. 소금에서는 아무것도 자라지 않는다. - P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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