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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라이즌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12월
평점 :
"[호라이즌]은 내가 남극과 일흔여 개 나라를 여행하고 탐사하며 보낸 오랜 세월을 자전적으로 돌아보는 책이다."
저자 배리 로페즈가 책의 서두에 밝힌 것처럼 자신의 탐사 여행에 대해 자전적으로 돌아본 책이라서 그런지 '탐사'에 대한 관점보다는 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고 느껴진다. 생태환경과 그 환경속에 살아가는 생명체들, 사람을 포함한. 그리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 대해서도.
고고학자는 과학자가 아니라 인문학자이다,라고 말하고 있는데 그것 역시 과학적 탐구를 위한 여행에서도 유기적으로 작동하는 생명체들의 밀접한 연관성에 대한 고찰이 빠지지않고 있어서 그런지 더 와 닿는 이야기였다.
이 방대한 이야기에 대해 뭐라고 해야할까. 사실 배리 로페즈의 글은 뭔가 급히 읽다보면 두서없이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걸까, 싶어지지만 일단 이해되지 않는 글이라도 슬쩍 넘겨보고 전체적인 글을 훑어보면 그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명확해진다. 아니, 내 경우에 그의 글은 그렇게 읽힌다는 뜻이다. 사실 나 자신이 제대로 읽지 않았을 뿐 그의 글이 어려운 것은 아닐것이다. 이전에 읽었던 배리 로페즈의 글들은 환경에 대한 고찰에 인간의 성찰이 담겨있다고 느껴졌다고 한다면 이 책에는 그 생명체들이 살아가는 지구의 모습에 대한 세세한 이야기보다는 그 속에 뛰어 들어 뭔가 훼방을 놓는 호모 사피엔스를 말하고 있다는 느낌이랄까. 뭔가 명확한 설명이 안되지만 내가 느끼는 것은 그런 것이다.
배리 로페즈의 다른 책을 통해서 알게 된 내용들도 언급되고 있어서 로페즈의 책을 읽고 싶다면 그의 다른 책들을 먼저 읽고난 후 그 모든 것에 대한 통합적인 내용을 담은 이 책을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수많은 밑줄긋기를 하고 싶었지만 책을 한번 더 읽는 것이 낫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 그냥 쓱쓱 읽어나갔다.
언어의 소멸, 문화 교류, 각 지역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어른'의 지혜...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에 대해 더 깊이있게 파고들어가면서 본질에 대한 물음을 던지고 해답을 찾아가는 글들은 자꾸 누군가를 붙잡고 이 글 좀 읽어보라고 하고 싶어지기도 하다.
기본적으로 사람뿐만 아니라 이 세상의 생명체와 지구 환경에 대한 존중과 경외감을 갖고 있으며 수많은 것을 망쳐놓고 있는 환경에서도 배리 로페즈는 경각심을 깨우기 위한 경고를 하거나 비관을 늘어놓지 않는다. 다만 보이는 것 그대로, 느끼고 있는 것 그대로 보여주면서 우리 스스로 무엇인가를 깨달을 수 있는 글을 쓰고 그 안에서 희망을 주는 글을 쓰고 있는 것이다.
"만약 자연적 요인과 인공적 요인 둘 다에 의한 환경 문제가 호모 사피엔스의 미래를 위협한다면, 만약 인간이 만든 환경의 복잡함에 대처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이 많아진다면, 그리고 협력의 필요성이 커 보인다면, 우리는 어떻게 국수주의의 목소리를 또는 이윤 추구를 지지하는 목소리를, 또는 종교적 광신, 인종적 우월, 문화적 예외주의의 목소리를 잦아들게 할 수 있을까? 만약 통치 체제가 사람의 건강보다 경제적 생존력을 우선시하고, 모든 경우에 공동체에 대한 의무보다 개인의 권리를 우선시한다면, 우리는 어떤 미래를 잃어버리게 될까?"(5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