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자연적 요인과 인공적 요인 둘 다에 의한 환경 문제가호모 사피엔스의 미래를 위협한다면, 만약 인간이 만든 환경의 복잡함에 대처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이 많아진다면, 그리고 협력의 필요성이 커 보인다면, 우리는 어떻게 국수주의의목소리를, 또는 이윤 추구를 지지하는 목소리를, 또는 종교적광신, 인종적 우월, 문화적 예외주의의 목소리를 잦아들게 할수 있을까? 만약 통치 체제가 사람의 건강보다 경제적 생존력을 우선시하고, 모든 경우에 공동체에 대한 의무보다 개인의 권리를 우선시한다면, 우리는 어떤 미래를 잃어버리게 될까? 530

코끼리, 아프리카들개, 스프링복, 아프리카큰느시, 혹멧돼지, 임팔라, 사자, 타조, 기린 등 여러 동물을 만났던 경험은 내게 항상 두 가지 감정을 일으킨다. 그것은 바로 경이와 감사다. 폐장시간도 없고, 울타리도, 농경지도, 인간이 건설한 어떤 구조물도 없는 풍경에서 내 눈으로 직접 그런 존재들을 볼 수 있다는 것이 너무나도 큰 행운으로 느껴졌다. 생물학적으로도 은유적으로도 끝을 알 수 없을 만큼 풍성한 만남이었다. 이 첫 아프리카 여행의 경험은 내가 델마스의 법정에서 목격한 일에 대한 해독제를 제공해주지도 않았고, 나미비아의 카프리비스트립에서 본 굶주림으로 고통받는 아이들의 얼굴에 대한 기억을 흐릿하게 만들지도 않았다. 다만 그 경험들은 인류의 운명에 대한 절망이 덮쳐오지 못하게 막아주었다. 자신들의 영역에서 자유롭게 사는 동물들과 남아공 법정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남자들.
내게 그 동물들은 그 남자들의 권위를, 남자들은 동물들의 권위를 더욱 강렬하게 느끼게 해주었다.
거의 모든 면에서 우리의 모든 것이 시작된 곳인 아프리카로다시 오게 되어 이루 말할 수 없이 기뻤다. - P478

현재 모든 민족, 모든 문화, 모든 국가가 똑같이 문제 있는 미래를 직면하고 있다. 인간의 운명을 재고하기 위해서는, 그리고 그 과정에서 물질적 부에 관한 섣부른 꿈과, 이미 너무 많은 국가가 정책방향의 기준으로 삼고 있는 더 큰 경제력과 군사력에 대한 열망을 뛰어넘기 위해서는 호모 사피엔스를 제약하고 있는 생물학적 현실에 대한 재평가가 필요하다. 그러려면 ‘생태적 현실에서인간이 차지하는 위치를 재설정해야 한다. 또한 인류가 자랑하는 기술의 상당 부분이 무익하다는 점과, 인류를 떠받치기 위해생태계가 치르는 생물학적 비용의 문제를 인지하고 풀어야 한다. 우리가 만든 세상이 우리 후손들에게 나쁜 세상은 아닐지,
이 세상의 지평선에 모습을 드러낸 묵시록 기사들의 정확한 실체는 무엇인지, 그리고 우리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어떤 조치를취해야 할지 판단하려면 아주 비범한 종류의 담론이 필요하다.
이 담론은 전 세계적 규모의 대화여야 하며, 여기서는 정부들과어떤 일에든 경제적 이권으로 얽혀 있는 이들에게는 말하지 말고 들을 것을 요구해야 한다. 이 대화에서는 아무 두려움 없이솔직해야 하고, 정확한 정보를 근거로 삼아야 하며, 용감하고정중해야 한다. 그리고 이제는 시대에 뒤처지고 위험해 보이는 관념들- 예컨대 국민국가가 무엇보다 우선한다는 관념, 거대 자본주의는 불가피하다는 생각, 한 가지 종교적 관점의 일방적 권위, 모든 신비를 하나의 의미로, 하나의 성문화로, 하나의 운명으로 몰아넣으려는 충동-이 대화를 이끌게 두어서는 안된다. 532 - P532

내가 어려운 문제에 시달리는 전 세계 여러 지역을 다니며 그지역에서-미국의 인디언 보호구역에서, 2004년 12월 26일쓰나미 이후 수마트라 북부 반다아체에서, (중국이 댄 자금으로) 끊임없이 철광석을 캐내며 들떠 있던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주에서-조언을 구했을 때, 거기서 내가 본 것은 재난에 대처하는 동일한 패턴이었다. 그건 바로 서로 존중하는 지역적 협력이었다. 이를 통해 내가 알게 된 것은, 어려운 상황에 처한 많은 사람의 머릿속에는 중앙의 권위로부터, 특히 그 문제에서 영향을 받지 않은 채 살고 있는 이들로부터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 특정 유형의 경제 발전을 지켜내야 한다는 생각은 별로 없다는 것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일관되게 목격한 것은, 그문화가 지닌 유능함의 관념을 구현한 개인들이 권위를 갖는 위치로 들어서는 모습이었다. 그 사람들은 각자의 문화에서 침착함을 뿜어내는 샘물이었다. 그들은 패배하거나 후퇴하여 사라지지 않았다. 그들이 정의나 공경 같은 추상적인 것들에 헌신할때는 다른 누구의 인준도 필요치 않았다. 전통적 마을에서 ‘어른‘이라 불리는 이들은 어떻게 해야 일이 해결되는지 아는 사람, 혼란에서 의미를 이끌어낼 줄 아는 사람, 회복의 방향을 좋은 쪽으로 이끌어갈 줄 아는 사람이다. 일부 인류학자들은 인류의 생명을 확실히 지속시키는 일에서는 이 어른들의 존재가 기술 발전이나 물질적 편의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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