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좋아하는 기억들은 무지 많지만,
그중에서 '평화'를 떠올리면 왠지 단체 여행을 떠났던 그 어느날이 떠오른다.
이탈리아 남부를 버스로 이동하던 장거리 여행에 다들 지쳐있을 때, 마침 차안에는 구수한 목소리의 이탈리아 가수가 부르는 깐쬬네가 흐르고 대부분 잠이 들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나는 의자 등받이에 최대한 몸을 웅크려 만 자세로 다리를 올리고 창 밖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그때의 차창밖 풍경이 내가 살고 있는 고향땅과 그리 다르지 않아서 한없이 편안함을 느꼈었는데. 그때의 그 느낌을 말로 표현할 수는 없지만, 내가 기억하고 있는 평화로움의 한때인 것은 내 심장이 확실하게 얘기해주고 있다.
그리고 또 내가 좋아하는 것 중의 하나는 가을이 되면서 따숩고 부드럽게 느껴지는 햇살.
사진을 잘 찍는다면 좀 더 느낌이 드러나는 사진을 찍었을텐데, 사무실에 앉아있다가 책상위로 슬그머니 들어온 햇살이 갑자기 좋아져서 서둘러 찍은 한 장의 사진이다. 그래, 뭐... 다른 사람은 모를지 모르지만, 내 마음이 알아주는데 뭐가 문제야.
따숩게 쏟아져내리는 햇살의 아름다움을.
* 정말 중요한 것은 내가 나 자신을 잃지 않는 것,이라고 했네.
아주 오래 전 오늘, 나는 세례라는 의식을 치뤘다. 내게 있어 신앙은 생활과 같다고 생각했지만 요즘 나는 변했다. 내 생활은 변함없지만 내 신앙은 변했다. 아니, 어쩌면 그 실체가 없는 것인지도. 있든 없든 더이상 내게는 별 상관없다. 전쟁의 이유 90% 이상이 종교때문이라고 한다면 솔직히 내게 신따위는 필요없다고 생각하기도 하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일상에서 神을 떼어놓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오늘, 십자가 현양 대축일. 내 세례 기념일.
것보다 2007년 9월의 하루가 지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