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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끄러운 건 인간들뿐 - 어느 날 사물이 말했다
김민지 지음, 최진영 그림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6월
평점 :
시끄러운 건 인간들뿐,이라는 말에 반대할 생각은 없어. 늘 그렇듯 시끄러울 뿐만 아니라 지구를 갉아먹고 있는 것도 인간들뿐일거야. 그래서 궁금했지. 시끄러운 인간을 뺀 인간들 주위에 있는 녀석들은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을까.
사물의 입장에서 글을 써볼까 싶었지만 도무지 어떻게 써야할지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는다. 그냥 하던대로 인간의 입장에서 책을 읽은 이야기를 할 수밖에.
이 책은 사물들과의 대화를 통해 그 사물 고유의 역할뿐 아니라 우리가 갖고 있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글을 읽을 수 있다. 처음 김치 이야기를 꺼낼때만 해도 그저 사물을 의인화시켜 말을 건네는 정도의 가벼운 이야기라는 생각을 했다. 그나마 대화로 되어 있어서 짧게 빨리 읽을 수 있으려니, 하고 있었는데 계속 읽어나갈수록 잠시 멈추고 생각해보게 한다. 그런데 잠깐. 나는 내 일상을 채워주는 수많은 사물에 대해 잠시라도 생각해본 적이 있을까.
가끔 만약 이것이 없었다면, 이라는 생각에 감사의 마음을 가져보기는 했지만 그건 오로지 내 편의를 위한 생각일뿐 다른 관점은 아니었지 않은가.
반려식물이라고까지 하기는 그렇지만 식물을 좋아해서 해마다 봄이 되면 화원에 가서 맘에 드는 녀석을 심사숙고해서 들여온다. 물론 여전히 한순간의 실수로 물 조절을 못해 보내버리는 다육이들이 넘쳐나지만 그래도 예년에 비해 잘 키우고 있다. 화분 이야기를 읽으려고 할때만 해도 그저 그런 것만 떠올렸는데 만물박사와 화분의 대화는 뭔가 좀 다르다.
"제가 화분으로 살면서 깨달은 게 있어요. 그 어떤 공간보다도 자신의 마음을 공간처럼 돌보고 가꿀 때 삶이 되살아난다는 사실인데요. 식물을 키우듯 계절과 날씨 같은 주변 환경의 미세한 변화를 알아차리고, 좋고 나쁜 것에 감응하면서 상생하려는 노력, 그 노력을 하는 사람이 결국 잘살더라고요."(93)
화분 잘 키우기뿐 아니라 나 자신을 잘 키우는 것 역시 다를바 없다는 이야기, 지붕의 입장이라거나 담과 덩굴의 덤앤더머같지만 서로가 서로를 올려주는 이야기들을 읽고 있으면 마음이 편해지고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에 존중의 마음이 생겨난다. 순간적으로 너무 많은 사물들이 떠오르는데, 사실 이 책은 어떤 이야기가 담겨있다는 설명보다 그저 한번 찬찬히 읽어보라는 추천 한마디만 필요하지 않을까 싶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