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와 토끼의 게임
아비코 다케마루 지음, 김윤수 옮김 / 시공사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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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다 읽어갈 때쯤에야 이 소설의 제목이 '늑대와 토끼의 게임'이라는 것을 새삼스럽게 떠올리며 마지막 몇 쪽을 읽어나가는 것이 쉽지 않았음을 밝혀둔다. 소설의 재미로써야 금세 읽을 수 있는 이야기지만 그 안에 담겨있는 것을 되새겨보기에는 쉽지 않은 소설이다.


초등학생 도모키는 동급생 고스모의 유일한 친구다. 엄마 없이 아빠와 동생과 같이 생활하는 고스모는 낡고 허름한 옷을 제대로 빨아입지도 못하고 사교성도 없어서 학교 친구들에게 외면당한다. 아니, 사실 고스모는 친구들과 잘 지낼 마음조차 없는 것 같다. 그렇다고 도모키에게도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어서 도모키가 다른 친구들과 친하게 어울리고 있으면 그 다음날 고스모는 괜한 시비를 걸며 자신과 어울렸던 친구들을 괴롭힌다는 걸 느낀 후로 도모키는 고스모를 신경쓰게 된다. 외면하고 싶지만 고스모가 도모키에게는 폭력을 휘두르지 않기에 도모키는 끝까지 친구가 되어주기로 결심한다. 그런 도모키에게 딱 붙어 따라다니는 고스모로 인해 도모키 역시 다른 친구들을 사귈새도 없이 그저 두 사람이 단짝친구처럼 되어버렸는데...


'늑대와 토끼의 게임'은 토끼가 도망을 가고 늑대가 쫓아가는 목숨을 건 숨바꼭질 게임으로 비유된다. 물론 늑대는 고스모의 폭력적인 아버지이고 도망을 가는 토끼는 도모키와 고스모다. 가정폭력이 의심되지만 고스모의 아버지는 경찰이고 아들의 유도연습으로 인한 상처라는 것을 핑계로 무마시키며 가정생활을 이어가는데, 어느 날 고스모가 예고도 없이 도모키를 찾아 온다. 아빠 방에 들어갔다가 동생 가이아가 아빠의 컴퓨터를 망가뜨렸고 그 일로 인해 자신은 아빠에게 죽을지도 모른다며 두려워 하며 도모키에게 도움을 청한다. 그래서 도모키는 고스모와 함께 고스모의 집으로 찾아갔는데 그곳에서 발견한 것은......


사건에 대한 묘사는 끔찍한 살인의 모습과 폭력적인 모습이 적나라하게 묘사되는데 도모키와 고스모가 주고받는 대화는 정말 철없는 초등학생들의 대화 그 이상이 아니라 좀 당혹스러운 느낌이 들때가 있다. 지극히 어린이 같은 발상과 무모한 모험심이 사건을 이어가고 있는데 사이사이에 드러나는 고스모의 아빠, 살인자 야마가미 시게오의 모습은 상상을 넘어선다. 


뭔가 반전을 기대하기 보다 이 토끼몰이의 게임은 어떻게 끝나게 될까,가 궁금해질즈음 예상외의 결말이 기다리고 있는 것일까 싶은 생각이 들게 된다. 사실 나는 딱 그부분까지 읽다가 시간이 없어서 잠시 책읽기를 멈췄었다. 10여쪽도 남지 않았는데, 어쩔까 하다가 여유롭게 결말을 들여다봐야한다는 생각으로 나중에 여유가 생겼을 때 책을 펼쳤는데 그때부터 또다시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새로운 사실들이 터져나와서 쉽게 여운이 가시지 않는다. 


작가는 절대적인 강자에게서 도망치는 도망자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고 한다. 아무것도 할 수 없고 논리적이고 분별있는 판단을 내릴 수 있는것도 아닌 어린 초등학생들이 폭력적인 살인자, 그것도 경찰이며 친구의 아버지인 시게오에게서 벗어나는 과정은 지극히 어린이다운 이유로 가출을 단행하고 또 그 집으로 돌아가게 되는데 그 모든것이 다 그럴듯한 타당성이 있어서 쫄깃함을 느끼며 소설을 읽을 수 있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 이 소설을 '도망자'로 읽는다면말이다.

그리고 '친구'에 대한 정의를 어떻게 내릴 수 있는지, 도모키는 고스모와 친구가 된 것을 후회하지 않는지, 고스모에게 도모키는 '진짜' 친구였는지... 이미 어른이 된 나로서는 도모키와 고스모를 제대로 이해하기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떠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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