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몰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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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몰은 미나토 가나에의 소설이다,라는 것만으로도 이 소설에 대한 궁금증이 생긴다. 개인적으로 미나토 가나에가 그려내는 인물들의 묘사와 첫장면에 드러나는 사실 안에 담겨있는 진실을 보여주는 과정이 섬세하면서도 충격적으로 다가오는 느낌때문에 작가의 소설을 좋아한다. 이야기의 시작점에서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짐작할 수 없게 만드는 것, 아니 짐작하고 있는 생각의 허를 찌르며 진실에 한걸음 다가서게 하는 것이 미나토 가나에 작품의 묘미가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일몰은 보조작가로 일하는 치히로에게 세계 영화제에서 수상까지 하며 유명세를 높이고 있는 하세베 가오리 영화감독에게 각본제안을 받는 것으로 시작하고 있다. 무명작가라고도 할 수 있는 치히로는 유명한 감독이 왜 자신과 작업을 같이 하고 싶어하는지 의구심을 가졌지만 가오리 감독이 그려내고 싶어하는 것은 드라마가 아니라 실재 사건을 기반으로 한 영화, 그것도 치히로의 고향마을에서 일어났던 '사사츠가초 일가족 살해사건'이라는 것을 알고 그 사건에 대해 좀 더 많은 것을 알고 있으리라는 예상에 자신이 선택되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사사츠가초 일가족 살해사건은 리키토가 아이돌 데뷔를 앞두고 있다고 소문이 난 여동생 사라를 칼로 찔러 죽이고 집에 불을 질러 잠을 자고 있던 부모까지 사망하게 만든 사건을 말한다. 


현재 시점에서 과거의 사건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는데 뜻밖에 사사츠가초 일가족 살해사건은 치히로의 고향에서 일어난 사건이라는 것뿐만 아니라 가오리 감독 역시 그곳과의 연결점이 있다는 것이 밝혀진다.

가오리와 치히로가 각자의 시점에서 과거의 시간으로 거슬러 어린 시절의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가오리가 사사츠가초 사건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이유가 그녀의 어린 시절 엄마에게 베란다로 쫓겨나는 체벌을 받고 추위와 두려움에 떨고 있을 때 자신에게 손을 내밀어 준 사람이 당시 바로 옆집에 살았던 사라일 것이라 믿고 있기 때문이다. 

사사츠가초 사건은 리키토가 끔찍한 존속살인을 한 것으로만 끝난 것이 아니라 여동생 사라가 끊임없는 거짓말을 했기 때문일수도 있다는 소문이 있었기에 가오리는 자신의 어린시절 위안을 줬던 사라에 대한 진실을 찾기 위해 사라의 동향인이며 동갑이내기인 치호가 치히로가 아닐까 라는 짐작으로 그녀에게 각본작업을 제안한 것이었다.


뭔가 소설의 줄거리를 세세하게 쓰고 있는 것 같지만 지금까지의 이야기는 이 소설의 발단 정도일 뿐이다. 

이야기가 진행되어가면서 또 다른 사실이 드러나고 그 사실에 묻혀있는 진실이 밝혀지기 시작하고 가오리가 찾고 싶어하는 사라의 모습은 점점 더 멀어져만 가는 것 같은데......


사실속의 진실이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사라의 모습만이 아니다. 가오리와 치히로는 각자 어린시절의 트라우마가 있고 가족에 대한 상처가 있는데 사사츠카초 사건의 진실을 찾아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서 그들의 가족에 대한 진심과 트라우마의 치유가 시작되기 시작한다. 마지막에 밝혀지는 사건의 진실이 놀라운 것이라면 에필로그처럼 이어지는 가오리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는 작가가 이야기하려고 하는 '치유와 구원'이 무엇인지를 보여주고 있어서 마음이 따뜻해진다.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미나토 가나에의 작품이니 읽어보시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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