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섬과 박혜람 - 제20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임택수 지음 / 나무옆의자 / 2024년 5월
평점 :
김섬과 박혜람은 내가 문학을 읽는 사람이 아니라 활자중독자마냥 글자를 읽는 사람인가보다,라는 생각을 해보게 하는 소설이었다. 도무지 이들의 행보와 그 사이사이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의미가 무엇이란 말인가,라며 혼자 화를 내고 있다가 - 사실 책을 읽기 시작했다가 갑자기 바쁜 일이 생겨 잠시 텀을 두고 있는 사이에 인물들의 등장에 대해 그 인물이 누구였는지 까먹고 있다는 사실에 괜한 짜증이 난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 다시 되돌아가는 걸 반복하지 않고 그냥 느낌대로 인물들의 역할과 존재에 대해 떠올려보며 계속 글을 읽어나갔다. 행간에 담겨있는 은유, 아니 어쩌면 은유인 척 더 적나라하게 폭력과 사랑에 대해 되새기게 하는 문장들은 조급하게 읽어서인지 자꾸만 뒤로 가고 싶어지는 것을 참고.
박혜람은 행복한 가정 생활을 꿈꾸며 남자친구인 준오의 요청을 받아들여 프랑스로 떠난다. 하지만 그곳에서 혜람이 독립적인 존재로서 자리매김을 하게 되면서 남편 준오의 폭력이 시작된다. 결국 더해져가는 폭력을 피해 혜람은 귀국을 결심한다.
타투이스트인 김섬은 함께 지내던 혜람이 프랑스로 떠나고 자신의 일상을 되찾아보려하는데, 자신의 몸에 흉터처럼 생긴 화상을 타투로 상처가 아닌 그림으로 바꿔보고 싶다는 소방관 홍지표를 만나 동거를 시작하지만 그에게 오랜 시간 함께 했던 동거녀와 헤어지려하는 지표를 떠나기로 한다.
김섬과 박혜람은 친구사이이다. 오랜 친구인 두 사람이 각자의 연인과 이별을 하는 이유도 다르고 각자의 삶의 모습도 다르지만 먼길을 돌아 제자리를 찾듯 두 사람은 서로의 삶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인다.
단순한 줄거리를 통해 이 소설을 이해하려한다면 결코 이 소설을 이해할 수 없을 것 같다. 사실 이 소설은 읽을 때마다 내가 집중하게 되는 인물이 있고 더 깊이 들여다보게 되는 관계가 있고 그들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이 바뀌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살아 온 시간만큼, 그 시간속에서 체험한 삶의 모습만큼 이해할 수 있는 삶은 또 다를수밖에 없을테니.
"식물들은 소리없이 천천히 변해 가요. 수동적으로 사는 것 같지만, 오히려 자생적인 시간을 살죠. 나무가 자라는 속도를 눈으로 볼 수는 없어도 오늘의 나무는 어제의 그 나무가 아니랍니다"(2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