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동네, 아니 그니까 좀 더 넓게 말해서 내가 사는 곳의 하천은 다 건천이고 물빠짐이 잘 되는 토양이다. 한라산의 물줄기가 하천을 흘러 바다로 가는데, 억수로 비가 많이 오면 간혹 바닷물이 진흙탕으로 변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태풍이 아닌 폭우로 이곳이 물난리가 난다거나 침수되는 곳이 있다는 얘기는 별로 들어보지 못했다.
이십여년쯤 전에 내가 학교 다니던 시절, 학교의 누군가네 집이 태풍과 비난리에 물에 잠겼다는 얘기를 들어보긴 했지만, 그 당시에도 몇십년 되어 낡은 우리집은 단지 지붕에서 새어 떨어지는 물,난리밖에 없었다.

오늘 뉴스에서 물난리가 난 집을 봤다. 폭우가 쏟아졌을 때 언제나 육지의 풍경으로만 봤던 그 장면이다.

수많은 하천을 메워 도로를 만들어버리고 주차장을 만들어버리고... 내가 사는 이 구석의 골목길까지 넓힌 결과는...
비가 조금만 많이 내리면 집 앞 골목과 출근길의 곳곳은 강이 되어버린다는 것이다.

이 변화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엊그제까지 더워 땀을 뻘뻘흘리고 다녔는데... 비가 억수로 쏟아지면서 바람이 시원함을 넘어서 추위를 느끼게 하고 있다. 뚜렷한 사계절이 아니라 희꾸무리한 이계절로 변해가고 있다. 내가 사는 곳은....

그래도 아직까지 다행이다, 싶은 건.

지겹도록 쏟아지던 비가 그치고 우리집 마당과 저쪽 부엌과 화장실 그 어디쯤에선가 마구마구 울어대는 귀뚜라미 소리가 '시끄러워 죽겠엇!'하고 외치게 만들지만, 그래도 정겹다는 거.

여름내내 시끄럽게 개골개골거리던 개구락지들이 사라져서 시원섭섭하지만 그래도 아직은 귀뚜라미 소리가 있으니... 그나마 조금 숨통이 트이는것인지도 모른다. 
생각할수록 회색도시 인간은... 무섭다.
그런데 나도 회색이 되어가고 있는 거 같아서... 더 무섭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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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7-09-06 0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웅 근디 전 귀뚜라미와 개구리가 무서워요

chika 2007-09-07 0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무서워하긴하지만.. 소리만 들리는건데요, 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