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고통은 여러 방식으로 사람을 바꾸어놓는다. 연치와 나처럼 전쟁의 공포에서 탈출하지 못한, 유럽에서 내가 사랑했던 사람들은 전쟁 이전과 영영 달라지고 말았다. 그들은 잔혹함의 깊이에 눈을 떴고, 동료 시민들이 어떤 짓까지 할 수 있는지 목격한 후부터는 그림자 없는 세상을 다시는 볼 수 없게 되었다. 외면하려고 눈을 감아도 어둠 뒤에서 더 끔찍한 무언가가 자신들을 지켜보며 기다리고 있음을 느꼈다. 고문과 굶주림과 수모를 겪은 유대인들은 치료받아 건강을 되찾은 후에도 여전히 부서지고 깨어진 채 유령 같은 존재로 남았다. 조니는 끔찍한 공포에도 시달렸다. 그는 죽음만이 아니라 질병 자체를 두려워했다. - P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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