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하면사람들은 동기에 주목하잖아. 왜 죽였나. 왜 죽었나, 하고 말이야. 동기를알 수 없는 살인은 무서우니까 그런 거겠지. 하지만 내 생각에 ‘왜 죽었는가는 사실 알기 어렵지 않나 싶어. 어쩌면 당사자조차도 그 순간의 감정이나 생각을 오롯이 설명해내지 못할 거라고 생각해. 시간과 마찬가지로 감정이나 생각도 순식간에 흘러가 버리니까 정확하게 재현하기는 불가능하지 않을까."
사실은 알기 어렵다.
가쓰키도 같은 생각이었다.
타인이 살인을 저지르는 이유 따위 이해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이해했다.
고 받아들일 뿐이다. "열받아서 죽였다."라고 범인들이 공통적으로 진술하듯 살인의 동기 대부분은 분노다. 어머니를 죽인 아들. 아파트 이웃 주민을 죽인 남자. 상사를 죽인 회사원. 남편을 죽인 아내. 쌓이고 쌓인 분노가 있다.
면, 충동적인 분노도 있다. 분노는 범인의 마음 상태를 나타내주는 단어이기는 하지만, 그것이 동기의 전부가 될 수는 없다. 시어머니가 불처럼 매섭게 그녀의 뺨을 후려치지 않았다면 그녀는 틀림없이 화로의 불꽃이 자신의 손을 삼켜 버릴 때까지 가만 놔뒀을 것이다. 당사자조차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순간 욱해서‘, ‘제정신이 아니었어서‘ 같은 모호한 표현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것이리라.
"그건 일상에서도 비슷하기는 해요."
도쿠마루가 담담한 말투로 말했다.
"저도 남편한테 갑자기 화가 나서 부엌칼을 던진 적이 있거든요. 아, 남편이 아니라 벽에 던진 거기는 한데요. 제대로 꽂혔어요. 그때 남편이 죽었으면 좋겠다고 진심으로 생각했던 것 같아요. 남편 때문에 제가 점점 못난인간이 되어가는 것 같아서 이 사람만 없으면 평화롭게 살 수 있겠다 싶었거든요. 시간이 지나서 다시 생각해보면 여전히 울컥하기는 하는데 그렇게까지화를 낼 만한 일은 또 아니더라고요. 부엌칼을 던졌을 때는 뭐였더라. 그러니까, 아, 비가 오는데 빨래를 안 걷어서였다. 아닌데, 그때는 남편 빨래를 다 갖다 버렸었어요. 그럼 아이 옷을 갈아입히지 않았을 때였다. 뭐, 아무튼 그런 발작 같은 분노는 정확하게 설명할 방법이 없어요. 내가 아닌 것같기도 하고, 무언가에 홀린 것 같기도 하고요.  - P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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