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 아래 모든 것들이 형태를 드러냈다. 파괴된것은 더 파괴되었고 척박한 것은 더 척박해졌다. 큰비가 시골 사람들을 도처에매몰시켜 버렸다. 쓰러진 쓰레기더미는 물에 깨끗이 씻겼다. 무수한 물고기들이 양어장에서 도망쳐 나왔다가 전부 베틀후추밭에서 죽고 말았다. 추풍나무는 잎의 절반을 잃었고, 삼합원의 천장에서는 줄곧 물이 샜지. 우리 집은 완공된 지 몇 년 되지 않은 타운 하우스였는데도 벽에서 물이 새고 하얀 칠이 벗겨졌다. 나는햇볕 아래 서서 손가락으로 귀를 팠다. 빗소리는 이미 내 청각 속에 달라붙어 있었다. 나는 귓속에서 그 빗소리를 파내고 싶었다.
그 우박이 없었으면 좋았을 텐데.
그 비가 없었으면 좋았을 텐데.
그비 때문에 아찬이 보고 말았다.
천씨네 작은아들과 왕씨네 작은아들을 보게 된 것이다. - P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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