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피난처에 잘 있습니다
이천우 지음 / 북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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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피난처에 잘 있습니다'라는 글은 2010년 8월 칠레의 광산이 붕괴되어 매몰된 광부들의 생존을 확인하기 위해 땅속을 파고들어간 드릴의 끝에 매달려 나온 메모에 적혀있던 글에서 나온 말이다. '삼남매의 대환장 타임루프' 이야기인데 왜 이 소설의 제목이 저거야? 라고 묻고 싶어지지만 책을 다 읽고 나면 왠지 그냥 수긍하고 싶어진다. 


삼남매의 맏이 진태는 아내와는 이혼 갈등 상황에 놓여있으며 직장에서는 희망퇴직 권유를 받고 있는 상태이다. 어머니는 5년전에 돌아가셨고, 아버지는 의식없이 병원에 누워계시고 이런 상황에서 동생 진수가 극단선택을 시도하다 병원으로 실려갔다는 전화를 받고 동생을 찾으러 간다. 사랑에 배신당했다며 울먹이는 동생에 자신의 정체성을 찾았다며 본인이 이성애자가 아닌 동성애자라며 커밍아웃을 하는 동생 해민까지 삼남매의 이야기는 시작부터 쉽지가 않다. 

그렇다고 이 소설이 삼남매의 삶의 이야기인가,하면 또 그것은 아니다. 전체적인 줄거리는 삼남매 아버지의 삶의 이야기이다. 아버지의 임종을 지키고 장례까지 치른 삼남매는 집에 모여 술을 마시다 잠이 드는데 그 날 이후 무한 타임루프가 시작된다. 처음엔 뭔가 대비를 하거나 다른 행동을 하면 시간의 흐름이 뒤바뀔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해보지만 세부적인 부분이 달라져도 진태의 손목이 부러지고 진수가 한강물에 뛰어더는 것은 똑같이 되풀이되고 아버지의 임종을 지켜보고 장례식을 치른다. 


무엇때문인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이들에게만 과거로 소환되는 대참사가 무한으로 반복되면서 익숙해져가는 일상이 되어가기도 하고 그 와중에 아버지의 일기장을 발견하고 아버지의 과거 이야기를 알게 되면서 삼남매에게 변화가 시작되는데......


반복되지만 반복되지 않는 일상의 이야기가 조금씩 그 의미를 찾아가고 서로에 대한 이해와 사랑을 찾게 되는 이야기가 묘한 감동을 느끼게 하고 있어 좋았다. 이야기 곳곳에 진지함은 못견딘다는 듯 유머러스한 대화의 흐름이 무겁고 서글픈 이야기들을 흥미롭고 재미있게 만들어주고 있어서 안그래도 뒷이야기가 궁금해지는 소설읽기에 빠져들게 하고 있어 금세 읽을 수 있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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