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가 어떻게 잘못된 건지, 원하는 시간대로는 갈 수가 없는 거예요. 가보면 자기가 엄청난 실수를 저지르거나, 쪽팔린 일을 당하거나, 실패를 겪거나 하는 때인 거예요.  그래서 그 발명가 아저씨는요, 음∙∙∙∙ 그 불쾌한 장면들을 머릿속에서 잠시 지우는 데만도 며칠씩 걸리는 그런 장면들을 고스란히 다시 지켜봐야 했어요. 뭐 이런 개떡 같은 타임머신이 다 있담? 자기가 만들어놓고도 아저씨는 막 화가 났어요. 실망이 정말 이만저만이 아니었죠. 돈이며 시간이며 투자한 게 얼만데요. 아저씨는 금세 의기소침해졌어요. 그래, 내가만든 게 이렇지 뭐. 이게 내 한계인 거지 뭐. 근데 그랬더니 슬슬 오기가 생기지 뭐예요? 원인을 꼭 알아내고 말 테다! 아저씨는 다시 타임머신에 올라탔어요. 그러고는 자기의 실수를,
실언을, 개쪽을, 대실패를, 정말 수도 없이 다시 목격했어요.
근데요......처음엔 그렇게 짜증만 나고 몸서리만 처지고 그러더니, 계속 보니까 알겠더라고요. 자기가 왜 그런 바보짓을했었는지, 왜 그런 실패를 겪을 수밖에 없었는지, 그 실패를통해서 왜 아무것도 배우지 못했었는지…. 더는 화가 나지않았어요. 괜히 뿌듯한 기분도 들었어요. 꼭 인생의 신비라도알아낸 것 같아서. 그렇게 수십 번 시간여행을 하고 돌아온 아저씨는, 마침내 아주 중요한 사실을 깨닫게 돼요. 그게 뭐냐면요, 타임머신이라는 건 애초에, 누가 만들든 어디서 만들든요.
우리를 원하는 시간대로 데려가 주는 물건이 아니었던 거예요. 오로지 실패의 순간으로만 데려가는 물건이었던 거예요.
바꿔 말하면, 오직 실패한 사람들을 위해서만 존재하는, 그런깜찍한 물건이었던 거죠. 서울대에 다니는 애들이 그랬다면서요, 최고의 공부 비결은 복습이라고 시간여행의 미덕도 바로 거기에 있었던 거예요. 복습. 예습이 아니고, 히히." - P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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