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을 마신 뒤 목화가 물었다. 눈이 왜 오는지 알아? 어둠 속에서 목수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목화가 말했다. 겨울이니까. 대기 중에 수증기가 많고 기온은 영하니까. 목수에게는 느닷없는 말이었지만 이제 막 중개를 끝낸 목화에게는 그런 것이 필요했다. 과학 이론, 자명한 사실. 설명 가능하고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것. 목화는 눈에 대한 정보를 계속 떠올렸다. 수증기와 구름. 영상과 영하 기온이 낮을수록 눈 알갱이는 단단하고 작다. 함박눈은 비교적 덜 춥고 바람이 불지 않을때 내린다. 기온과 습도에 따라 눈의결정(結晶)은 결정된다. 똑같은 결정은 없다. 각각 다른 눈송이는 결국 녹아 사라진다. 무미건조한 사실에 불과한데도 생각할수록 감정이 섞였다. 왜 모두 다를까 다른 삶을살다가 결국 죽을까. 생명은 어째서 태어날까. 탄생이 없다면 두려워할 죽음도 없을 텐데. - P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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