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괴로울 땐 공부를 시작하는 것이 좋다 - 일상을 연구하는 과학자가 발견한 사는 게 재밌어지는 가장 신박한 방법
박치욱 지음 / 웨일북 / 202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가끔 책 제목이 모든 것을 다 말해주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곤 한다. 조금 과장된 표현을 해 보자면 이 책 역시 '삶이 괴로울 땐 공부를 시작하는 것이 좋다'라는 명제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탐험가 개미의 정신으로 관심있는 모든 것을 공부하며 즐기는 삶을 보여주고 있다. '공부의 즐거움'을 이야기한다고 하면 맞는 말이 되는 것일까?


저자 자신이 관심을 갖고 있는 음식, 언어, 자연 등 7가지의 영역으로 나누어 앎을 즐기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본인이 잘 알거나 직접 실험하여 결과물을 얻은 것에 대해서는 세세한 부분까지 정리하여 알려주고 있다. 

전체적으로 가만히 살펴보면 역시 저자가 과학자가 맞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화학자로서 온갖 경우의 수를 놓고 같은 실험을 반복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다고 하는데 김치를 만드는 것을 계량화했다고 하니 좀 놀랍기는 하지만 그대로 따라할 생각은 들지 않는다. 이건 단순히 요리할 때 정확한 계량을 하지 않는 나의 습관일뿐이다. 하지만 무 김치는 한번 만들어보고 싶기도 하다. 마침 겨울 무가 맛있는 시기인데다 무 말랭이도 내가 좋아하는 것이니까.


전문 분야가 아닌 경우 "내 글이 당신의 생각과 다른 부분이 있다면 당신이 맞다. 그저 내 지식과 경험이 부족해서 그런 것이고 내 생각과 느낌이 그렇다는 것 뿐"(143)이라며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말하고 있다. 수치화 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닌 경우에 단 한가지의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말하는 것 같기도 하고. 


여러 분야를 언급하고 있기는 한데,본인은 즐겁겠지만 나 역시 내 관심사가 아닌 것은 큰 관심없이 지나치게 되는 것은 어쩔수가 없다. 저자가 학생들에게 강의를 할 때 전문분야인 효소에 대해 강의를 할 때보다 잘 모르는 분야인 스테로이드 강의를 학생들이 더 좋아하는 것을 보며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춰 강의를 하는 것이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하는데, 어쩌면 그것과 마찬가지로 이미 알고 있는 것은 시시하게 느껴지고 새로운 것을 알고 배우는 것이 더 재미있게 느껴지는 것은 이 책에서 저자가 언급하고 있는 여러 주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미드 하우스에서 하우스 박사가 면접을 볼 때 자신의 생각과 같은 답을 하는 사람을 계속 탈락시켰다고 하는데 단순히 그 사실만 놓고 본다면 왠지 그 이유를 알 것 같기도 하다. 내 생각과 같은 것을 이야기하는 것을 굳이 다른 사람을 통해 들을 필요는 없을 것이고 내게는 새로운 시각으로 또 다른 이야기를 해 주는 사람이 더 흥미로울 것 같다는 뜻이다. 

뭐 어쨌거나 '삶이 괴로을 땐 공부를 하는 것이 좋다'는 것은 "억지로 할 필요도 없고, 무리해서 할 필요도 없다. 그저 새로 알아가는 게 즐거운 분야가 있다면, 더 알아보고 싶다는 호기심을 자극하는 분야가 있다면, 주저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길 바라며' 그렇게 된다면 삶이 더 풍요로워지고, 더 아름다워지고, 더 알차게 느껴질 수도 있으며 그렇지 않다해도 최소한 나 자신의 놀이가 될 수 있으니(282) 그것이면 충분하지 않겠는가. 

역시 공부의 즐거움은 삶의 괴로움을 이겨낼 수 있는 또 다른 즐거움이 맞구나, 라는 가벼운 결론을 내려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