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존속할 수 있는 사회를 원한다면, 휴대폰을 귀에 걸치고 에어컨 바람이 시원한 매끈한 허머자동차를 몰고 공원 앞을 지나가는 젊은 명품족보다 이들을 더 인정해야 한다.
여기서 멀지 않은 곳에 낡은 철조망이 둘러진 강이 있다. 밝은 초록색 수초를 빙글빙글 돌리며 저수로를 따라 졸졸 흐르는 물줄기는 하수 처리수가 아니라 빗물배수관에서 흘러넘친 물이다. 어릴 때 보았던 아로요잉어, 큰가시고기, 가재는 완전히 사라졌을 테지만, 이 물에서 향수나 절망은 보이지 않는다. 고요한 바다와 함께 연상되는 무한한 인내가 보인다. 그리고 이 강둑 뒤에서 밀려오고 밀려가는 다양한 인간들 앞에 놓인 것이비열한 위협이든 야생의 아름다움이든 피하지 않고 적응해가는그런 사람들이 보인다.
이 시대는 절망에 믿음을 걸라고 우리를 강하게 유혹한다. 밸리로 돌아올 때마다 언제나 그러했듯, 이번에도 나는 이곳에서 그 강력한 유혹을 물리칠 근거를 발견한다. 87-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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