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마시는 보이차 - 북촌 다실 월하보이의 차생활 이야기
주은재 지음 / 시공사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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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는 종류를 가리지 않고 마시는 편이다. 물은 차가운 상태로 마셔야 속이 개운해지는 느낌이 들지만 차를 마실때는 따뜻하게 해서 마실 수 있고 카페인에 대한 걱정이 없다면 조금 과한 양을 마셔도 되는 것이 차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사실 나는 딱히 좋은 차의 맛을 잘 안다고 할 수 없는, 그러니까 물 대용으로 차를 마시곤 할 뿐이어서 큰 관심을 갖지 않았었다. 그렇지만 아무리 비루한 미각을 가졌다고 해도 역시 좋은 차는 마실 때 그 향과 맛과 목넘김조차 다르다는 것을 느끼지 않을 수 없어서 한번 좋은 차 맛을 느끼고 나면 그걸 쉽게 잊지는 못한다. 그래서 이 책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시간을 마시는 보이차'는 북촌에서 월하보이라는 다실을 운영하고 있는 주은재님의 차와 관련된 일상의 이야기를 곁들인 차 에세이라고 할 수 있다. 차의 종류나 맛있게 우리는 방법, 다관의 종류뿐 아니라 부록으로 사계절에 맞춰 계절에 어울리는 티 큐레이션을 담고 있어서 일상의 에세이뿐만 아니라 보이차에 관심을 갖고 있는 이들에게 차에 대한 접근을 쉽게 할 수 있는 길잡이 책으로도 좋은 책이다. 


차를 마시는 여유로움과 몸의 피를 맑게 해 준다거나 몸을 따뜻하게 하여 건강에 좋다는 등의 이야기에 앞서 정식이라고 말하면 좀 그렇겠지만 차 예절에 포함이 되는 다구에 대한 설명과 중국의 골동다구와 일본에서는 최고품으로 인정받는 이도다완 - 우리나라의 막사발로 알려져있는 도자기인 이도 역시 골동품으로 그 가치가 높은 것으로 알고 있는 그 이도다완 같은 다구를 보고 있으면 소박한 아름다움 이면에 내가 선뜻 다가서기 힘든 고급스러움이 느껴지기도 했지만 어느 순간 차 입문자들에게 최상의 도구는 다이소에서 판매하는 다시백이라는 글을 읽고 현실적인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어서 마음이 편해졌다. 사실 선물받은 보이차도 있고 아는분이 새로운 다관을 마련했다며 쓰시던 것을 주셔서 앙증맞은 자사호와 다기, 차판도 갖고 있지만 보이차를 마시려고 할 때 가장 편한 건 역시 다시백이었으니 나 혼자만의 감성이 아니라는 걸 알고 왠지 마음만은 같은 차동호회같은 느낌이 들어 좋았다. 


"와비사비라는 말이 있다. 완벽하지 않은 것에서 느껴지는 아름다움을 일컫는 말로 온전한 완벽함이 주는 아름다움이 있다면 이가 나가고 티끌이 묻은 다구도 저마다의 매력으로 내 눈을 사로잡는다. 곧게 뻗은 대나무도 아름답지만 자연에 순응하며 비틀어지고 굽은 소나무를 볼 때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감동이 샘솟는 것처럼."(88)


보이숙차와 보이생차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것도 1년정도밖에 안되었고 보이차와 흑차의 맛도 구분할 수 없지만 그래도 좋은 차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맛으로 느낄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한 이후 계속 좋은 차에 대해 알고 싶은 욕심이 들고 있지만 차 세상은 그것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을 해 보고 있다. 어린시절 차를 마시던 꼬마 이야기부터 할아버지가 차를 만들고 손주가 그 차 맛을 보게 되는, 오랜 시간의 이야기가 녹아있는 보이차는 경매에 올라가는 이득을 위한 재테크용이 아니라 오래 발효시켜 가족이 기념하며 마시는 그런 차가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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