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자사의 와비사비


내가 아끼며 소장하고 있는 자사호 중 요변으로 인해 호의곁면이 우둘투둘하고 색도 고르지 못한 데다 한쪽 면에 노란 큰 점까지 자리한 못생긴 자사호가 하나 있다. 겉모습만 보면 투박하다.
고 말할 법도 하지만 보랏빛을 띠는 이 요변자사는 뜨거운 물을 부으면 기공 사이에 숨은 공기들이 수면 위로 바삐 올라오는 모습이경이로워 자꾸 보고 싶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자사호가 살아 숨쉬듯 기공 사이의 공기가 밖으로 나오는데, 물을 붓고 귀를 기울이면 ‘샤아악 하는 기공이 내는 소리가 들린다. 대부분이 추구하는완벽한 아름다움에 반하는 자사호지만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것이다. 장작가마에서 자사호를 소성을 하다 보면 뭉그러지기도 하고온도에 따라 색이 변하기도 한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우연이 빚어낸 아름다움 때문인지 그런 요변자사가 내 눈에는 예뻐 보이고 특별해 보이니 콩깍지가 쓴 것 같다. 그런데 이 콩깍지가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도 벗겨지지 않는 걸 보면 사랑에 빠진 게 분명하다.
와비사비라는 말이 있다. 완벽하지 않은 것에서 느껴지는 아름다움을 일컫는 말로 온전한 완벽함이 주는 아름다움이 있다면 이가나가고 티끌이 묻은 다구도 저마다의 매력으로 내 눈을 사로잡는다. 곧게 뻗은 대나무도 아름답지만 자연에 순응하며 비틀어지고굽은 소나무를 볼 때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감동이 샘솟는 것처럼.
이 주먹만 한 요변자사는 볼 때마다 가슴 뛰게 한다. 어느 면에서 감상해도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고 매끄럽지 않은 표면은 자꾸만져보고 싶게 만든다. 미운 오리 새끼가 사실 백조였듯이 작은 자사호가 나에게 우아한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8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