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을 보는 사람들의 판단은 상식적입니다. 미술은 기본적으로아름다움에 관한 것인데 모더니즘 회화는 별로 아름다워 보이지 않는 그림도 많으니 이런 의심을 하기에 충분합니다.
그렇다면 이 그림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어떤 미술을 이해하기위해서는 그 시대와 배경을 먼저 알아야 합니다. 우리나라 남쪽 지방에 바나나가 자라기 시작했다면 바나나 자체보다 점점 더워지는 날씨를 먼저 생각해야 하는 것과 같습니다. 모더니즘 회화를 이해하려면 그것이 탄생한 모던Modern 시대, 즉 근대를 먼저 알아야 합니다.
근대를 쉽게 표현한다면 우리가 지금 누리고 있는 현대 문명의 거의 대부분이 처음으로 등장한 시대입니다. 촛불이 아닌 전등이 세상을 밝혔고,
말이 아닌 자동차와 열차가 달리기 시작했으며, 심지어 수십 톤의 철덩어리로 만들어진 비행기들이 처음으로 하늘을 날아다닌 시대였습니다.
또한 근대 의학은 과거라면 죽음의 문턱을 넘었을 사람들을 되살렸고,
과학은 우주 탄생의 비밀을 알려주었습니다. 중세 사람들이 이 모습을 보았다면 아마도 이 시대 사람들은 마법을 부린다고 생각했을지 모릅니다.
그만큼 근대는 놀라운 변화의 시대였습니다. 그리고 모더니즘 회화는 바로 그 새로운 시대에 탄생한 미술입니다.
그렇게 탄생한 모더니즘 회화는 과거의 그림들과 어떻게 다를까요? 모더니즘 회화의 가장 큰 특징은 일단 다양하다는 것입니다. 앞으로 살펴보겠지만 모네의 인상주의, 고흐의 표현주의, 고갱의 원시주의, 마티스의 야수주의, 피카소의 입체주의, 달리의 초현실주의 등 많은 예술가들이 등장하여 수많은 다양한 그림들을 그렸습니다. - P5
그렇다면 모더니즘 회화는 그저 자유롭고 다양한 것이 전부일까요? 중요한 것은 그다음입니다. 그렇게 들꽃처럼 자유롭게 피어나던 모더니즘회화는 어느 순간 한 가지 재미있는 현상을 겪게 됩니다. 그림이 스스로의 존재에 대해 궁금해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사람들이 스스로 나는 누구인지, 왜 살아야 하는지에 의문을 가지는 것처럼 말입니다. 이 현상을 어려운 말로 ‘자기인식self-consciousness‘이라고 합니다. - P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