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똑같은 반복은 정말이지 지루하기 짝이 없다. 그런데공교롭게도 우리의 삶도 매일 반복된다. ‘오늘‘ 연작 작업을 평생 반복한 화가의 삶처럼, 더 나아가 연월일만 반복하는 ‘오늘‘
연작처럼 우리는 매일 무언가를 반복한다. 매일 자고 또 일어난다. 매일 씻고 밥을 먹는다. 이런 생리적인 행위만 있을까? 매일반복하는 일과가 있다. 학교에 가거나 일터에 가거나 혹은 어떤일을 하거나, 그 일과를 한동안 매일매일 반복한다. 수년간 모종의 일과를 반복해 마치고 나면, 또 새로운 일과를 만들고 그것을매일 반복한다. 일상의 생리적 행위부터 사회적 일과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평생을 걸고 무언가를 반복하기를 멈추지 않는다.


삶은 반복으로 점철되어 있다. 그래서일까? 우리는 일상에서 반복되는 것을 무의미하게 여기는 관성에 자연스럽게 익숙해진다. 어떤 일을 처음 경험할 당시에는 분명 아주 새롭고, 너무 소중하고, 정말 감사하다고 느낀다. 그런데 하루 이틀, 한 달,
1년, 3년, 10년이 반복되다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처음 느꼈던새롭고, 소중하고, 감사했던 그 모든 감정이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다. 무감각해져 그 어떤 것도 음미할 수 없게 된다. 분명 내 삶속에, 내 곁에 있지만 사실상 없는 것이 되고 만다. 내가 보고 있는 것도, 만나고 있는 것도, 하고 있는 행위도, 하고 있는 일도,
모두 다. 그렇게 삶에서 마주하는 모든 것에 흥미를 잃고 시들어간다. 어찌보면, 온카와라의 ‘오늘‘ 연작은 오늘을 사는 우리 삶이면에 숨겨져 있던 불편한 진실을 있는 그대로 말없이 드러내고 있는 게 아닐까? 혹시 온 카와라의 ‘오늘‘ 연작에서 우리 자신의 일상이 거울처럼 비쳐 보이지는 않는가?


화가 이우환은 어릴 적 어머니와의 대화를 평생 잊지 못한다고 한다. 소년 시절 그는 쌀을 씻으며 노래를 흥얼거리는 어머니에게 물었다. 매일 똑같은 쌀 씻기를 하면서 어떻게 그렇게 즐거우실 수 있냐고. 어머니는 이렇게 대답했다. 똑같은 쌀 씻기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당신은 그 일을 할 때마다 매일 다르게 느낀다고 어떤 때는 시원한 물이 생기를 주고, 지저귀는 새소리에 홍이 오르기도 한다고. 쌀과 물과 손이 하나가 되어 잘 움직일 때가 있고, 아닐 때도 있어 매일 쌀 씻는 것이 항상 새롭다고, 어린우환의 눈에 매일같이 반복되는 어머니의 쌀 씻기는 지루하기짝이 없어 보였을 것이다. 그러나 어머니에게 쌀 씻기는 매일,
매 순간 전혀 새롭게 느껴지는 아름다운 행위였다. 이를 우리는예술적 행위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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