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가끔 아름다움의 섬광을 보았다
금정연.정지돈 에세이 필름 / 푸른숲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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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기간동안 내내 이 책을 들고다녔다. 책을 들고 다닌다고 해서 꼬박꼬박 펼쳐 읽었다는 의미는 아니다. 이 책을 읽기 직전에 황선우 작가와 김혼비 작가의 에세이를 읽었고, 그 내용이 너무 재미있어서, 라는 이유로 이 책이 그저 그와비슷한  금정연작가와 정지돈 작가의 영화에세이겠거니 하며 가볍게 읽을 생각을 했다. 그런데 예상과는 달리 이 책은 쉽게 진도가 나가지도 않았고 휴가전부터 늘 가방에 넣어 들고 다니면서 표지만 실컷 봐서 그런지 내용을 읽기도 전에 지쳐있었다. '가끔' 아름다움의 섬광을 본 것이 아니라 일상적으로 섬광을 느꼈다고나할까......


내가 극장에서 영화를 본 것은... 탄생까지였나보다. 한산, 비상선언을 보고 탄생까지 우연찮게도 한국영화만 봤는데 특별히 한국 영화에 대한 애정이 넘쳐나서 그런 것은 아니다. 

한국 영화에서 길을 잃은 한국 사람들,이라는 말이 반복되고 있지만 사실 영화를 많이 보지도 않았고 남다른 애정을 갖고 즐긴다거나 분석, 비평을 하는 것도 아니다. 그렇게 한 걸음 물러난 어정쩡한 자세로 이 책을 읽고 있으려니 도무지 - 정말 두 작가님에게는 죄송하게도 무슨 말을 읽고 있는것인지 전혀 모르겠다. (사실 서두에 작가님들 스스로도 의도하고자 하는 말이 제대로 전해지는 것인지, 아니 의도가 있기는 한 것인지 모르겠다,라는 글에 위안을 얻으며 책을 읽어나가기는 했지만)


출발 비디오 여행,과 같은 프로그램을 보는 느낌으로 이 책을 읽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작가님은 그 프로그램을 보지 않을뿐만 아니라 그것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이야기라고 한 것 같다. 영화와 현실은 다르다고 생각하지만 왠지 영화에 대한 이야기라고 해서 글을 읽고 있는데 이건 영화 이야기가 아니라 두 작가의 일상이구나,하다보면 또다시 이야기는 영화이야기로 이어지고...굳이 언급하고 싶지는 않지만 그래도 또렷이 기억에 남는 것은 오바마와 트럼프의 평행이론처럼 문재인과 윤석열 대통령이....어쩌구였다. 더 길게 이야기하지 않아도 무슨 이야기인지 알것만 같은. 아, 그리고 하나 더 있다. 먹어보지 않아서 잘 모르지만 의미를 따지며 먹는, 왠지 재미있는 맛일것같은 벤엔제리스라는 아이스크림은 진짜로 맛이 있을 것 같은.


"우리 몸의 모든 세포가 완전히 새로운 것으로 바뀌는 데 걸리는 시간은 1년도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우리가 동일한 신체를 유지하고 있는 건 시스템의 동적평형 때문이지요. 일본의 생물학자 후쿠오카 신이치는 이렇게 말합니다. 엔트로피 증대의 법칙에 항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시스템의 내구성과 구조를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시스템 자체를 흐름에 맡기는 것이다. 변화란 어쩌면 이런 것 아닐까요? 질서는 유지되기 위해 끊임없이 파괴되지 않으면 안 된다"(117)


좀 쌩뚱맞을지 모르겠지만 영화를 이야기한다는 것은 이런 것 같다. 시스템 자체의 흐름에 맡긴다는 것이 그저 흘러가는대로,라기보다는 그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끊임없는 자기 파괴. 그래서 어쩌면 영화에서 길을 잃은 것은 당연한 것일지도?

"이건 그냥 메타포예요"(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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