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기행 2 - 길 위에서 읽는 삼국지, 개정증보판 삼국지 기행 2
허우범 지음 / 책문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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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기행 두번째권은 관도대전에서 승리한 조조의 거침없는 북진을 하는 이야기로 시작하고 있다. 삼국지연의는 어쩌면 팩션의 시초가 아닐까. 역사적 사실을 보여주고 있지만 작가가 의도하는대로 역사적 허구를 마구 집어 넣고 있어서 역사를 보는 시각뿐 아니라 역사적 사실을 제대로 알지 못하면 위험한 것이 팩션이라고 생각한다. 


"삼국지연의는 중화 제국주의를 이룩하려는 중화 문화의 숨은 칼날이다. 역사와 소설, 사실과 허구로 무장된 카멜레온이 글로벌 시대 전 지구촌을 통째로 중화주의화하기 위한 콘텐츠인 것이다. 이에 비하면 고구려 역사를 왜곡하는 동북공정은 빨리빨리를 강조하는 급한 민족을 상대로 하는 국지적 전략일 뿐이다. 단지 이야기책이라고 치부하며 등한시하기에는 너무나 깊게 우리 곁에 와 있다. 역사가 시기마다 그러했던 것처럼, 이제 삼국지연의도 제대로 읽고 제대로 살펴보고 제대로 알려줄 때인 것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평범한 진리를 돼새겨야 할 때인 것이다"(22)


이 책을 읽기 전 삼국지기행이라고 했을 때 그저 삼국징에 대한 맹목적인 열의만 가득한 책이라면 설렁거리며 글을 읽고 실사 사진과 삼국지의 에피소드와 관련된 인물동상과 역사적인 사건의 배경이 되는 공간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도 괜찮겠지, 싶었는데 삼국지연의 내용을 실제와 허구, 그리고 왜 그런 허구를 넣었을까 하는 저자의 역사적 배경 분석까지 담겨있어서 삼국지를 읽어 본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는 것이 삼국지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갖게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런데 어린시절부터 도원결의를 시작으로 유비,관우,장비는 신의를 지키는 의인으로 조조는 천하제패를 위해 자신에게 도움을 준 가족도 후한을 없애기 위해 죽이는 것을 서슴지않는 매정한 인간이하의 모진 성격으로 표사하고 있는 삼국지를 읽다보면 왠지 도원결의 삼형제가 우리편이고 조조는 적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사실 내가 이문열평전으로 삼국지를 읽었을때의 느낌이 딱 그랬었다. 분명 삼국지연의가 소설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소설을 읽는 동안 한치의 의심없이 그 이야기속으로 빠져들어버리기도 하니 정말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을 되새기며 역사적 사실을 제대로 알아야할 것 같다. 물론 '사실'에만 근거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이야기가 갖는 의미가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것도 중요할 것이다. 


관우가 유비의 두 부인을 데리고 적진을 뚫고 나오는 그 유명한 일화에 익숙해져 있어서 그런지 그걸 뒤집어 유비가 자기만 살겠다고 처자식을 버리고 도망갔다,라는 표현들이 좀 낯설기는 하지만 중국 역사의 한 부분이라는 것은 한번 더 새겨볼 이야기인 것 같다. 관우의 신성화와 그 위격을 더 높이기 위해 그와 접점이 없는 신의 화타가 관우를 치료했다라거나 하는 이야기는 그나마 귀엽게(?) 봐줄만한 이야기가 아닐까.


삼국지연의의 실질적인 주인공을 꼽으라면 유비와 제갈량이라 할 수 있다고 한다. 유비,라고 하지만 사실 그 자신의 돋보임보다는 그를 추대하는 참모들의 지혜와 용기가 더 많이 알려져있기도 하고 그 최고봉에는 제갈량이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역사는 위나라의 승리로 끝났다. 하지만 소설은 유비와 제갈량을 주인공으로 하는 촉한 정통론에 근거한다. 촉한 정통론은 위정자들이 정치적 이데올로기의 창출과 이를 통한 권력의 유지를 위해 만들어 낸 장치다. 충성, 믿음, 의리, 덕양 등은 민중을 지배하는 데 유용한 도구일 뿐더러, 중국 대륙을 차지한 민족에 대항하는 한족의 대응 논리로도 훌륭한 것이기 때문이다. 촉한 정통론은 한족의 기질과 역사적 소망 그리고 대륙적 통일의 염원을 담고 있는 것이다."(466)


역사에 정답이 없고 현시대를 투영하며 역사적 사실에 대한 결과를 이야기하고 미래의 역사를 만들어가는 것이라 생각하니 지금 삼국지연의를 바라보는 시선에 더 신중해져야 할 것 같다. 거대한 중국대륙을 지배하기 위한 그들의 권력 유지 비법을 알고 싶지는 않지만 소수민족에 대한 억압을 통해 권력의 유지를 이어나가는 중국이 한족지배의 정통성의 당위성을 멈추고 소수민족의 독립성을 보장해주는 변화가 있기를 바라는 것이 허황된 꿈일지, 한번 더 생각해보게 되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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