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궐로 떠나는 힐링여행 : 덕수궁 인문여행 시리즈 10
이향우 글.그림, 나각순 감수 / 인문산책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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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2014년에 출판된 궁궐로 떠나는 힐링여행 덕수궁의 개정판이다. 경복궁 이야기는 읽었던 기억이 있는데 덕수궁에 대해서는 읽었었는지 기억에 없다. 사실 책뿐만 아니라 내가 덕수궁에 가본적이 있는지, 말로만 듣던 덕수궁 돌담길을 걸어본적이 있는지도 기억에 없다. - 사실 기억에 없어서 가보지 않았던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서너번 가봤던 경복궁과 덕수궁의 차이가 있으려나, 라는 생각을 하며 슬쩍 책을 펼쳤다. 우리 궁궐의 아름다운 풍경도 좋지만 저자가 그려낸 따뜻한 색감의 풍경 그림들을 보는 즐거움이 있어서 궁궐에 대한 인문학적 고찰보다 사진과 그림만 한차례 먼저 훑어보면서 다음에 기회가 되어 경복궁에 가게 된다면 어느 계절에, 어떤 경로로 어느 부분을 더 유심히 보는 것이 좋을지를 생각해보고만 있었다.


역사책은 아니지만 그래도 궁궐에 대해 이야기하려면 구한말, 일제강점기 시대의 이야기를 하지 않을수가 없다. 우리의 궁궐과 대문이 그 모습 그대로 이어져오지 못하고 일본제국주의자들에 의해 훼손되고 막히기도 했으니 그 이야기와 왕조의 후손들에 대한 이야기도 언급되어 있다. 역사적 사건으로만 알고 있는 아관파천이, 러시아공관 앞에 서 있는 고종과 순종의 사진을 보며 권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한 나라의 절대권력자 왕이 궁을 떠나 외세의 하나인 다른 나라 공관에 가 있다는 것 자체로 당시의 정치상황에 대해 새삼 떠올려보게 되기도 한다.

물론 "일반 관람객들은 덕수궁을 찾았을 때 중화전이 갖는 무거운 역사성이나 석조전의 건축 양식이 전통과는 거리가 먼 외세의 영향이라는 심각한 인식보다는, 지금 내가 있는 이 공간과 시간 자체를 즐기기도 한다"는 저자의 말처럼 덕수궁이 있는 공간의 모든 아름다움을 보는 시간도 좋을 것이다. 역사학자와 건축학자들뿐만 아니라 복원이라는 부분에 있어서는 모두의 딜레마가 되는 문제가 아닐까.


임금이 머물던 곳이라는 석어당의 살구나무에 꽃이 핀 풍경이라거나 황제의 공간이라는 함녕전과 덕홍전에서 바라보는 단풍 든 나무의 아름다움도 좋고 고종이 즐겨마셨다는 가베를 떠올리게 하는 정관헌의 아름다움도 너무 좋다. 테라스 난간, 바닥의 무늬 타일 등 세부적인 아름다움은 물론 정관헌의 겨울 정경 사진과 "정관헌을 둘러보고 서쪽으로 난 창신문으로 나가기 전, 안쪽 담장을 따라 내려가면 담정 너머로 석어당이 보이고 야트막한 꽃담장이 덕홍전 뒤편의 화졔를 감싸듯 구분합니다. 그리고 그 담장 중간에 아주 예쁜 문이 하나 나오는데, 바로 유현문입니다"(168)

저자는 유현문 양쪽으로 펼쳐지는 게단식 꽃담이 안쪽의 계단식 정원과 함께 덕수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간이라고 설명하고 있는데 꽃이 피는 계절에 유현문 꽃담을 실제로 본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어진다. 


부록으로 덕수궁 십경이 실려있는데 서울에 산다면 4계절 내내, 비가 내리거나 눈이 오는 날에도 한번쯤 가보고 싶은 풍경들이다. 정동전망대에서 바라본 덕수궁의 사계, 봄 벚꽃 핀 중화전 가는 길, 중화전과 중화문, 봄날 석어당 앞의 살구나무, 석어당과 괴석, 모란이 핀 날 정관헌에서 마시는 커피, 유현문 골목의 꽃담, 등나무 쉼터에서 바라본 석조전과 정원, 후원 숲길, 카페에서 바라본 연지의 연산홍을 보는 궁궐 전각 십경과 덕수궁 돌담길 걷기, 대한문 앞의 수문장 교대식, 덕수궁의 서문 돌담길 걷기, 서울시립미술관 앞 공원에서 쉬어가기, 목련으로 단장한 정동제일교회 벽면, 정동공원에서 바라본 구 러시아 공사관 종탑, 이화여고 백주년 기념관의 정문과 돌담, 정동길 까페에서 마시는 차 한잔, 대한성공회 주교좌성당 건축, 환구단 터의 황궁우를 보는 정동길 십경. 

언젠가 한번은 볼 수 있지 않으려나 하는 기대감에 길게 나열을 해 보고 있는데, 그에 더해 이 아름다운 풍경 너머로 보이는 우리의 아픈 역사를 떠올리며 되풀이되지 말아햐 하는 역사와 우리의 후손에게 보여줘야 하는 미래의 역사를 위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가 잊지 말아야하는 것과 배우고 실천해야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같이 바라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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