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내가 말하고 싶은 요점은 플로리가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향신료 농장뿐 아니라 더 많은 것을 기독교인에게 빼앗겼다고 생각했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안 그래도 공급량이 부족하던 것마저 훔쳐갔다.
‘악명‘을 떨치는 소녀에게 더욱더 기회가 적을 수밖에 없었건만…………

간혹 사내아이들이 도전해올 때도 있었는데, 힘도 몸집도 그들이 더유리했지만 살벌한 공세로 간단히 꺾어버렸다. 어느 조상으로부터 싸움의 재능을 물려받은 모양이었다. 상대가 머리끄덩이를 움켜쥐고 유대인 암컷이라고 욕할 때도 있었지만 그녀는 한 번도 굴복하지 않았다.
때로는 사내아이의 코를 말 그대로 땅바닥에 뭉개버렸다. 어떨 때는 한걸음 뒤로 물러나 앙상한 팔로 의기양양하게 팔짱을 꼈는데, 간담이 서늘해진 패배자들은 주춤주춤 달아나기 일쑤였다. "다음엔 몸집이 비슷한 상대를 골라." 일반적인 의미와는 정반대라 더욱더 모욕적인 발언이었다. "나처럼 조그마한 유대인 계집애는 네놈들이 감당하기 버거우니까." 그렇게 사내아이들을 놀려대며 자신의 승리를 새삼 강조하고 약자, 소수자, 여자의 보호자를 자처했지만 인기를 얻는 데는 실패했다.
‘독화살‘ 플로리, ‘기차 화통‘ 플로리 같은 악명만 얻었을 뿐이다.
어린 시절 내내 이런저런 도랑이나 공터에 무서울 정도로 정밀하게금을 그었지만 시간이 흐르자 아무도 금을 넘어오지 않았다. 점점 우울하고 내성적인 성격으로 변해버린 그녀는 땅금 너머에 도사리고 앉아꼼짝도 하지 않았다. 자기가 쌓아올린 요새에 갇힌 형국이었다. 열여덟번째 생일 무렵에는 결국 싸움을 포기했다. 전투에는 승리해도 전쟁에는 패배할 수 있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 P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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