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이들은 세컨드라이프를 현실도피라 하고, 세컨드라이프 주민은 그 말에 더러 반발한다. 그러나 세컨드라이프가 도피인가 아닌가는 중요한 게 아니다. 더 중요한 점은, 우리 삶에서 벗어나고 싶은 충동은 보편적이며 비난할 만하지 않다는 점이다.
그 어떤 삶을 산다 한들 우리는 그 삶을 저버리고 싶은 마음과 싸워야 한다. 몽상을 통해서, 이야기를 통해서, 예술과 음악, 중독성 마약, 불륜과 스마트폰 스크린이 가져다주는 엑스터시를 통해서. 이런 형태의 ‘떠남‘은 진정한 존재와 대척점에 있는 것이 아니다. 이는 그저 존재 증상의 하나다. 사랑에 갈등이 따라오고,
친밀함에 거리감이 따라오고, 믿음에 의심이 따라오듯이. - P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