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축한 이불에 둘둘 싸여 버려진 채로 구호원에 도착한 아기라도 가치를 알 수 없는 교회 바이올린을 들고 몇 년 동안 열심히 노력하면 자신의 사회적 위치를 얼마든지 바꿀 수 있었다. 마달레나 롬바르디니가 좋은 예다. 가난에 찌든 가족의 딸로 태어나 미래를 꿈꾸기 힘든 처지였지만 걸인 구호원을 졸업한 그녀는 세계 최초의 여성 바이올린 비르투오소가 되었다. 이런 식으로 미래가 바뀐 여자아이들이 무척 많았다. 이 같은 사실을 곱씹을 때마다 물건을 만드는건 사람이지만 때로는 물건이 사람을 만들기도 한다는 생각을 하게된다. 98
교회의 이중구도는 이렇게 선순환을 갖게되기도.
바이올린은 보통 뒤판 안쪽에 제작자 서명을 한 레이블을 붙인다. 앞판의 에프홀을 통해 들여다보면 보인다. 그러나 레프의 낡은바이올린은 아무리 눈에 힘을 주고 에프홀 안쪽을 쌔려봐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레이블이 떨어졌나보다-종종 있는 일이다라고 말했더니 그는 애당초 레이블이 붙지 않은 악기라고 했다. 교회악기는 제작자 서명을 붙이지 않는 게 일반적이었다는 것이다. 이는 교회가 발주한 바이올린의 가치를 억누르기 위한 일종의 책략이었다. 유명 제작자의 서명이 붙은 악기라면 해를 거듭하면서 가치가올라갈 게 분명한데, 그렇게 되면 교구 사제나 주교, 추기경 같은 이들이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바이올린 딜러로 제2의 인생을 열지말란 법이 없을 테니 말이다. 그러니까 교회로서는 상표를 제거하는방식으로 악기의 가치를 틀어짐으로써 교회 관리들의 부정부패라는 난감한 문제를 미연에 방지한 것이다. 그렇지만 크레모나의 솜씨 좋은 장인들이 이처럼 수상쩍은 거래 조건을 받아들인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유혹이라면 전문가 집단인 교회가 솜씨를 제대로 발휘한 덕분이다. 교회 내 관리들의 청렴성을 보호하면서 동시에 악기 제작자들에게는 상표를 붙이지 않은 악기를 만들어 척척 공급만 해주면 비과세 소득을 보장하겠다고 꼬드긴 것이다. 레프 바이올린의 주인이 한 말에 따르면 이례적인 이윤 창출의 기회를 주겠다는 유혹에 심지어 유명한 바이올린 제작자들마저 넘어갔다고 한다. 88-89
17세기 중반에는 이미 변화의 물결이 거세게 흐르고 있었다. 미사 제례의 노래 부분에 곁들이는 전주곡과 간주곡으로 바이올린 협주곡과 소나타를 삽입하기시작했고, 때로는 성가 대신 바이올린 음악을 연주했다. 부유한 교회가 집전하는 미사에 참석한 신도들은 제1독서와 제2독서 사이에 는 현악 합주 협주곡을, 사제의 성체 거 도중에는 엄숙하고 부드러운 음색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성체 성사 도중에는 명상적인 바이올린 소나타를 듣는 호사를 누렸다. 이러한 혁신의 상당 부분은교회 내부에서 비롯되었다. 이탈리아의 주교와 추기경과 교황은 새로운 음악을 가장 전폭적으로 밀어주는 후원자였다. 90
축축한 이불에 둘둘 싸여 버려진 채로 구호원에 도착한 아기라도 가치를 알 수 없는 교회 바이올린을 들고 몇 년 동안 열심히 노력하면 자신의 사회적 위치를 얼마든지 바꿀 수 있었다. 마달레나 롬바르디니가 좋은 예다. 가난에 찌든 가족의 딸로 태어나 미래를 꿈꾸기 힘든 처지였지만 걸인 구호원을 졸업한 그녀는 세계 최초의 여성 바이올린 비르투오소가 되었다. 이런 식으로 미래가 바뀐 여자아이들이 무척 많았다. 이 같은 사실을 곱씹을 때마다 물건을 만드는건 사람이지만 때로는 물건이 사람을 만들기도 한다는 생각을 하게된다. 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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