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하려고 집을 나서다 하늘을 보니 심상치않았다.
'비 올 것 같네. 우산 갖고 갈까?' 하고 중얼거리는데
마침 마당에서 빨래를 널려고 하는 어머니가 '비 안온다' 라고 단호히 말씀하시길래
그냥 터벅터벅 거리면서 사무실로 걸어왔다.
내가 걸어서 오는 길은 반쯤은 큰 도로, 반쯤은 골목길과 집들이 거의 없는 황무지 아스팔트......
그곳에서 들이닥친 소나기를 피할 곳은...
없다.
그래서 오늘 같은 날,
터벅터벅터벅...거리던 내 발걸음은 비에 쫄딱 젖어들어가면서도 스샤삭~ 빨라질 생각이 없는지라 지금 칙칙하게 젖은 옷을 그대로 입고 앉아있다.
누군가는 오다가 택시를 타고 오고, 누군가는 오다가 비싼 우산을 사 쓰고 오고,,,,,,
그래도 좋단다~ 하고 있는 건,
한때 쏘나기에 젖어서 찔찔거리고 있는 모습으로 집에 돌아가지 않고 사무실에 그냥 앉아있을 수있기때문,이라기보다는 오랜만에 그냥 비를 맞아서.....이기때문.
아, 난 왜 남들 우울해지는 비 오는 날, 혼자 좋아라 하며 신나는 걸까?
- 어렸을 때, 비오는 날 혼자 마당에 나가서 놀던 그 때의 기억이 너무나 좋아서?
- 갑자기 쏟아진 소나기에 신발 주머니 머리에 이고 타닥다닥 뛰어가던 꼬맹이의 모습과 언덕 뒤로 보이던 밭의 풍경이 묘하게 아름답고 멋있어서?
- 빗소리가 그 어떤 음악보다도 좋아서?
- 또....
아, 아침부터 비 맞아서 젖은 옷 입고 앉아 있어도 좋아라 하고 있으니... 나도 슬쩍 정상은 아닌게야. 끼끼끼......이제 어깨부분만 마르면 완벽해지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