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하려고 집을 나서다 하늘을 보니 심상치않았다.

'비 올 것 같네. 우산 갖고 갈까?' 하고 중얼거리는데

마침 마당에서 빨래를 널려고 하는 어머니가 '비 안온다' 라고 단호히 말씀하시길래

그냥 터벅터벅 거리면서 사무실로 걸어왔다.

내가 걸어서 오는 길은 반쯤은 큰 도로, 반쯤은 골목길과 집들이 거의 없는 황무지 아스팔트......

그곳에서 들이닥친 소나기를 피할 곳은...

없다.

 

그래서 오늘 같은 날,

터벅터벅터벅...거리던 내 발걸음은 비에 쫄딱 젖어들어가면서도 스샤삭~ 빨라질 생각이 없는지라 지금 칙칙하게 젖은 옷을 그대로 입고 앉아있다.

누군가는 오다가 택시를 타고 오고, 누군가는 오다가 비싼 우산을 사 쓰고 오고,,,,,,

그래도 좋단다~ 하고 있는 건,

한때 쏘나기에 젖어서 찔찔거리고 있는 모습으로 집에 돌아가지 않고 사무실에 그냥 앉아있을 수있기때문,이라기보다는 오랜만에 그냥 비를 맞아서.....이기때문.

아, 난 왜 남들 우울해지는 비 오는 날, 혼자 좋아라 하며 신나는 걸까?

- 어렸을 때, 비오는 날 혼자 마당에 나가서 놀던 그 때의 기억이 너무나 좋아서?

- 갑자기 쏟아진 소나기에 신발 주머니 머리에 이고 타닥다닥 뛰어가던 꼬맹이의 모습과 언덕 뒤로 보이던 밭의 풍경이 묘하게 아름답고 멋있어서?

- 빗소리가 그 어떤 음악보다도 좋아서?

- 또....

아, 아침부터 비 맞아서 젖은 옷 입고 앉아 있어도 좋아라 하고 있으니... 나도 슬쩍 정상은 아닌게야. 끼끼끼......이제 어깨부분만 마르면 완벽해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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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적오리 2007-07-21 0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 바꾸삼. 저건 비애가 아니잖수...

chika 2007-07-21 23:16   좋아요 0 | URL
비애가 아님 무신거라?
사무실 딱 도착했을 땐 정말 물에 젖은 쌩쥐꼴이라신디? ㅡㅡ;;

세실 2007-07-21 15: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친구랑 산책하려고 나섰다가 비가 오기에 허탈했답니다. 그래도 비 피해서 정자에 앉아 옥수수 먹는 맛은 환상이더라구요~~
지금쯤 다 말랐죠?

chika 2007-07-21 23:13   좋아요 0 | URL
히히,,, 옥수수 먹고 잡당.
한시간 내에 다 말라서... 비 맞으며 출근한 것도 모르드만요. ^^

땡땡 2007-07-21 2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어제 우산살이 하나 부러져서 요즘 완전 거적때기+그지 모드야요! 오늘은 비 오는데 (그 우산살 부러진) 우산 쓰기 시로서(우산살 부러졌다고 쓰기 싫었던 건 아님. 원래 우산을 귀찮아라 함) 여름에 갖고 다니는 긴팔 저고리 머리에 쓰고 댕겼어요. 사람들이 빗속에 돌아다니는 xxx 보듯이 쳐다봐 주었어요, 히죽.

chika 2007-07-21 23:12   좋아요 0 | URL
우산살 부러진데다가 가운데 천도 두어군데 구멍나서 빗물까지 새어들어오는 우산, 도 써봤음. 낄낄낄...그런 우산일지라도 ㅁㅊㄴ 보듯 쳐다보는 사람은 없었소오~ ^^

근데 서울바닥에 내리는 비는 어쩐지 시꺼먼 비일것 같아서... 우산 쓰는게 낫지 않겄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