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약간의 너그러움 - 오래되고 켜켜이 쌓인 마음 쓰레기 치우는 법
손정연 지음 / 타인의사유 / 202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그렇게 너그러운 사람이 아니다. 아니, 이것은 나의 생각이다. 타인의 평가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늘 평온하고 너그러운 사람은 아니지만 그래도 타인에 대한 이해력은 높은 편이라고 생각한다. '그럴 수도 있지'라는 생각이, 상대방에 대한 화가 치밀어오를때도 한번쯤은 참게 되는 이유라고 생각하고 있어서 이 책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내용이 궁금했다. 

언젠가 나 자신의 문제점 중 하나가 상대방을 너무 이해해버리고 있다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뭔가 한대 맞은듯한 느낌이었다. 타인을 이해한다는 것이 안좋은것인가, 싶었는데 상황과 그 사람의 성향에 대한 이해를 해주는 것은 좋지만 그렇다고 그 사람에 대한 나의 화남을 억누르는 것은 좋지 않다는 것이었다. 업무 능력과 이해력이 떨어지는 사람을 있는 그대로 이해해주는 것이 좋은 게 아니라 그 사람에게 주어진 일에 대한 책임을 다 하게 해야하고 그 책임을 다하지 못했을 때 그에 대한 평가를 해야한다는 것인데. 나는 일단 그 사람의 상황과 처지에 대한 이해를 하고 넘어가버린다는 것이다. 쉽게 말하자면 저 사람이 그 일에 대한 처리 능력이 안되어 이렇게 헤매고 있는 것이겠거니, 라는 느낌이려나?


'너그러움'이라는 것은 그런 의미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고는 있지만 쉽지는 않다. 대부분 나 자신에 대해서는 너그럽고 타인에 대해서는 너그럽지 못하다고 하는데 이 책에서는 자기 자신에 대한 알아차림 - 신체감각, 감정, 욕구, 언어, 환경 등- 을 인식해야함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어서 2장에서는 나를 힘들게하는 방해요소들로부터 벗어날 수 있기 위한 노력이 필요함을 말하고 있다. 

"삶을 충만히 누릴 수 있는 너그러움은 있는 그대로의 받아들임에서 시작"(131)한다는 말을 이해하기는 쉽지만 그 마음으로 살아가는 것은 그리 쉽지 않다. 그래서 3장에서는 '내가 원하는 것을 행동에 반영하여 충족시키는 일'(134)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럼으로써 나 자신에 대해 나의 선택을 존중하고 나와 타인에 대한 너그러움이 드러나게 된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익숙한 것을 낯설게보기나 간격을 지키는 관계, 도망치지 않고 직면하기 등의 내용은 나 역시 인지하고 있으며 노력하고 있는 내용들인데 내게 부족한 것은 아마도 스스로 차단스켰던 핵심 감정을 인지하거나 내 안의 상반된 마음을 인정하기가 아닐까 싶다. 자존감,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는데 나의 감정이 나쁜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생각해보게 된다. 


'못마땅한 결과의 원인이 나의 부족함 때문'이라거나 '타인과 환경을 탓하며 공격적인 자세를 취하는 경우'(188)의 수를 떠올려보면 내가 나 자신을 위해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해야 할지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감정을 날 것 그대로 표출하는 것이라거나 화가나거나 기분나쁜 감정 등 부정적인 감정에 대해서 무조건 감춰야하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다.


"나는 아무것도 원하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두렵지 않다. 나는 자유다" 

이 말은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묘비명이라고 한다. 예전에 이 묘비명을 들었다면 깊이 생각해보지 않고 좋은 말이야,라고 넘겨버렸을지 모르겠다. 그런데 지금 이 말은 또 다른 울림을 갖고온다. 이에 대한 나 자신의 삶의 실행이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때문이다. 이제 그럴 수 있다는 아주 약간의 너그러움으로, 나와 타인에 대한 너그러움으로, 악화되는 감정을 잘 다스리며 내 마음이 감정의 쓰레기통이 아니라 정말 자유를 느낄 수 있는 마음이 되기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