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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엣과 줄리엣 - 희곡집 에세이
한송희 지음 / 더퀘스트 / 2022년 11월
평점 :
줄리엣과 로미오가 아닌 줄리엣과 줄리엣이라니. 뭔가 독특할 것 같기는 했지만 이미 제목에서 그 내용이 짐작이 가는 시나리오라는 생각에 그리 별다른 기대는 하지 않았다. 연극을 실제로 본다는 것이라면 모르겠지만 희곡집이라니 말맛으로 읽어야하는건가,라는 생각뿐이었다. 그리고 처음 줄리엣과 줄리엣 희곡을 접한 느낌 역시 그와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그랬는데 이 책은 그냥 희곡집이 아니라 희곡집 에세이,이다. 책을 다 읽고난 후 '에세이''에 방점을 찍으니 책을 읽기 잘했다는 생각이 조금씩 생겨나기 시작한다.
2018년 초연된 '줄리엣과 줄리엣은' 여성퀴어극으로 꽤 유명세를 탄 작품이고 벌써 4연까지 공연된 작품이다. 이 책의 구성은 줄리엣과 줄리엣의 대본이 실려있고, 작품이 탄생하기까지의 스토리, 배우이자 작가인 한송희 자신의 이야기와 연극의 주요 장면과 대사가 실려있다. 책을 읽으면서 배우 한송희가 되기까지의 과정과 그녀가 직접 대본을 쓰고 연극을 하며 느끼고 깨닫게 된 것들이 그녀 자신의 가족 이야기와 맞물리면서 줄리엣과 줄리엣에 대한 이해가 커지고 점점 더 몰입하게 되었다.
셰익스피어 인 러브,라는 영화를 봤을 때 정말 셰익스피어를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 새로운 시선과 이해가 놀랍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가만 생각해보면 줄리엣과 줄리엣 역시 그 놀라운 상상력 - 이지만 현실 가능성을 완전히 배재할수는 없는 이야기의 변주가 참 놀랍다는 생각을 했다. 특별히 동성애에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라 굳이 말하자면 무관심이라고 표현하는 게 맞겠지만, 저자가 나름 차별이 없는 표현을 썼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을 때 대사에 무성애자에 대한 차별이 느껴진다는 관람객의 평에 자신을 반성했다고 하는데 그 이야기에 또 생각이 많아진다. 나와는 거리가 먼 이야기라고 생각했지만 세상의 많은 일들을 그렇게 먼 이야기로만 생각하다가 잘못흘러가고 있는 것을 미처 깨닫지 못하는 일이 너무 많지 않은가.
아무튼 줄리엣과 줄리엣. 이것은 사랑의 이야기이고, 사람의 이야기이고, 누군가의 혹은 나의 이야기가 될 것이다. 아니 그래야 할 것이다.
"글을 쓰는 내내 어떻게 하면 셰익스피어 선생님의 이야기를 빌려 내것으로 만들까 궁리하는 것은 즐거운 일이었다. 열심히 써먹어 보려고 오래도록 대본을 바라보다 보니 이전에는 발견하지 못한 반짝이는 말들과 인간과 삶을 바라보는 깊이 있는 시선에 새롭게 감복할 때도 많았다. 공연을 본 후 관객들이 셰익스피어의 대사의 아름다움을 다시 한번 느꼈다거나 역시 셰익스피어는 위대하다는 평을 남길때마다 속으로 '거봐요, 선생님께도 좋은 일이죠?"하고 중얼거렸다."(1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