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의 역사를 공부하다 보면 역경을 딛고 피나는 노력을 한 결과 성공을 이룩한 한 사람의 인생 역전 스토리를 보는 듯합니다. 고국원왕 시기의 국가적 위기를 잘 수습해 고구려가 도약할수 있는 기반을 만든 소수림왕, 소수림왕이 만든 기반을 딛고 일어나 고구려의 화려한 전성기를 이끈 광개토대왕과 장수왕을 보면서말이에요. 중국의 수나라, 당나라와의 전투를 승리로 이끄는 장면에서는 통쾌함을 느끼기도 합니다.
하지만 여러분, 이게 다가 아닙니다. 고구려의 성공 스토리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전쟁‘이기 때문이에요. 우리는 역사 속전쟁을 이해하기 위해 전쟁에서 누가 승리했는지, 전쟁을 승리로이끈 장군이 누구인지, 전쟁을 일으킨 왕이 누구였는지만을 기억합니다. 그 뒤에 가려진 백성들의 목소리엔 전혀 신경 쓰지 않아요.
그러나 예나 지금이나 전쟁이 나면 가장 고통스러운 것은 백성, 국민이었습니다. 고구려의 경우 외부의 침략으로 전투가 벌어지면
‘청야 전술‘을 주로 사용했는데요. 이것은 들판에서 적군이 이용할수 있는 물자나 곡식 등을 모조리 불태워버리고 군사와 백성들이 성안에 들어가 성을 지키며 싸우는 방식입니다. 이때 백성들은 전쟁을 피하기 위해 그동안 열심히 농사짓던 들판을 버리고 어쩔 수없이 성안으로 들어가야만 했습니다. 남성들은 군인으로 전쟁에 동원되었고요. 전쟁 준비를 위해 성을 쌓거나 물자를 동원하는 것도모조리 백성들의 몫이었습니다. 고구려 원정을 위해 전쟁준비를하던 수나라 백성들 사이에서는 이런 노래가 유행했습니다.
˝긴 창은 하늘의 절반을 가리고, 칼을 실은 수레는 햇빛을 받아번쩍이네. 산 위에서는 노루와 사슴을, 산 아래에서는 소와 양을잡으며 살았는데, 문득 들으니 관군이 와서 칼을 들고 전쟁터로사람들을 끌고 가고 있다네. 그러나 요동에 가면 오직 죽음뿐,
머리는 잘리고 온몸에는 부상을!?
평화로운 삶을 살고 있던 수나라 백성들도 전쟁 준비와 거듭된 패배에 힘겨워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요동에 가면 오직 죽음뿐‘
이라는 가사에서 수 양제의 고구려 원정이 무모한 짓이라는 것을,
고구려와의 전쟁에서 희생되는 건 백성들뿐이라는 생각을 읽을 수있습니다. 마음이 짠해지지요? 역사 속 전쟁을 보면서 그것은 과연누구를 위한 전쟁이었는지 되묻게 됩니다. 역사상 벌어진 수많은전쟁 이야기에서 우리는 전쟁의 원인이나 전개 과정, 승패 등도 알아야겠지만, 전쟁 이면에 숨겨진 백성들의 고통, 그리고 전쟁이 당시 평범한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전쟁이 그들의 삶을어떤 식으로 좌우했는지도 함께 살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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