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라하리의 절규
델리아 오언스.마크 오언스 지음, 이경아 옮김 / 살림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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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보면 그곳에서 지낸 밤들은 말 그대로 별세상이었다. 우리는 밤이면 땅바닥에 누워 칠흑처럼 새까만 밤하늘에 다이아몬드처럼 총총 박힌 별들을 구경했다. 유성은 푸르고 하얀 꼬리를 길게 끌며 하늘을 가르고 인공위성들이 우주를 여행했다. 이 세상 그 누구도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몰랐다. 231


이렇게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을 보기만 하는 것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이내 아프리카 초원지대에서의 현실생활은 상상이상으로 고되고 놀라움을 보여주고 있다.

칼라하리의 절규,는 아프리카 보츠와나 공화국의 칼라하리 지역에서 지낸 생태학자 부부의 7년간의 기록을 담고 있다. 그것도 무려 지금으로부터 오십여년전인 1970년대에. 

자연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사파리 여행을 간다고 해도 위험하지않을까 라는 생각을 먼저 하게 되는데 반세기 전에 트럭하나에 전재산을 싣고 무작정 아프리카로 떠났다니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도 현실이 아닌 영화의 한 장면처럼 느껴졌다. 아니, 그들이 아프리카로 떠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여 칼라하리에서 지낸 모든 이야기가 현실인가 싶다.


... 무엇인가를 마구 썼다가 지우고 다시 쓰다가 지우고. 도무지 글을 이어나갈수가 없다. 티비에서 보던 동물의 왕국 속 느긋한 성우의 목소리를 떠올리다가 문득 델리아와 마크의 기록이 알려주는 것은 티비화면을 보는 것이 아니라 그 화면속에서 직접 사자와 하이에나, 쟈칼 등을 마주하고 있는 것이며 바로 사자의 숨결까지 느낄 수 있는 맞닿은 곳에서 죽음을 떠올리게 되는 그런 이야기가 담겨있다. 그런데 솔직히 그런 긴박함에 대한 긴장과 두려움보다 델리아와 마크 부부가 관찰했던 블루 프라이드의 본즈, 블루, 모펫, 빔보...사자들뿐 아니라 갈색하이에나와 부부의 식사냄비를 탐내던 코뿔새 치프의 이야기가 더 흥미로웠던 것은 사실이다. 무엇보다 그들이 관찰하며 지켜보던 본즈의 어이없는 죽음도 안타까웠고. "불행히도 사자들은 먹이 사냥을 위해 자연보호구역을 나오는 순간부터 자신이 사냥감이 된다는 인간들의 법칙을 알 길이 없다"(289)


수많은 난관이 있었지만 잘 해결하였고 - 경비행기의 필요성을 느끼고 바로 면허를 취득하고 야영지에 비행기를 착륙시키는 과정은 만화처럼 흘러가는 이야기에 살짝 실제 이야기인가 의심이 들 정도로 이들 부부에게 닥친 온갖 어려움은 잘 헤쳐나갔고 사자에게 잡아먹힐뻔한 위험의 순간도 잘 모면하고, 더 이상 버틸 물도 식량도 돈도 없을 때 구원자처럼 나타난 버지의 존재도 드라마의 한 장면같기만 했다. 책을 읽을 때는 단숨에 읽어내려가느라 잘 못느꼈는데 지금 이렇게 되새기려고보니 정말 모든 것이 다 실화일까 싶을만큼 엄청난 이야기들이 담겨있는 것이었다. 관찰한 동물에 대한 기록뿐만이 아니라 버지와의 만남과 이별, 그리고 그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지만 우연히 그의 딸과 만나게 된 이야기까지. 

"우리는 초원으로 갔다. 그곳에는 시냇물이 굽이굽이 흐르고 있었다. 부드러운 바람이 불어오고 나비들이 너풀너풀 날아다니는 곳이었다. 나는 버지의 재를 바람에 날려 보냈다. 버지가 나를 보고 활짝 웃는 것 같았다. 우리는 영원히 그를 자유롭게 해주었다."(375)


오십여년전에도 그랬고 오십년이 지난 지금은 더욱 더 생태환경보호에 대한 경각심이 강해지고 있다. 환경에 대한 관심이 더 늘어나고 있다하지만 그 이상으로 개발되고 무너지는 생태환경의 속도는 더 빨라지고 있다. 왜 이들의 기록을 '칼라하리의 절규'라고 했을까... 의아했었는데 아마도 자연의 섭리에 의한 블루 프라이드의 본즈의 죽음이 아니라 사파리 사냥을 놀이처럼 하는 이들에 의한 본즈의 죽음과 인간들이 만들어놓은 철망안에 갇혀 물과 먹이를 찾아가는 길이 막혀 죽어가는 수많은 동물들의 소리없는 외침에 대한 표현은 아닌지. 질긴 생명력으로 살아남는다 하더라도 그리 밝지 못한 그들의 미래가 보이는 듯 해 씁쓸한 마음이 들 뿐이다. 


"수천 제곱킬로미터에 달하는 황야 한가운데에서 모펫, 블루, 빔보는 인간의 무분별한 파괴로부터 살아남았다. 아마 녀석들과 페퍼와 코코아와 다른 동물들도 이곳에서 앞으로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때 근처 나무에 매달린 뭔가가 내 시선을 잡아끌었다. 지금까지 그것을 보지 못했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었다. 그것은 미풍에 펄럭이고 있는 파란색 탐사 리본이었다."(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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