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으로 보는 문화유산 - 유물의 표정을 밝히는 보존과학의 세계
신은주 지음 / 초록비책공방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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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유산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하지만 기회가 되면 관심을 갖고 살펴보고는 했다. 과학으로 보는 문화유산이라고 하니 한글의 과학적 우수성,이라는 문구가 먼저 떠오르기는 하지만 어떤 내용이 담겨있을지 짐작이 되지는 않았다. 

학창시절 국사시간에 선생님께서 알타미라 벽화 이야기를 하시면서 미세현미경으로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벽화에 수많은 구멍이 나 있는데 황소사냥을 기원하는 주술행위가 있었음을 예상해볼 수 있다고 하셨었다. 내게 있어 문화유산에 대한 과학적인 접근은 그런 내용이 처음이었던 것 같은데 첨성대가 천문대였는지 제를 올리던 제단이었는지 아니면 또 다른 무엇이었는지에 대한 판단의 근거 역시 과학의 발전과 관련이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제사를 지내던 제단이었다고 해도 첨성대의 위치나 첨성대에서 관측할 수 있는 천체의 모습은 현대의 기술과 비교해도 뒤처지지 않는다고 알고 있으니 말이다. 


보존과학이라는 말은 처음 들어보는 듯 한데 '선조의 정신과 기술이 담긴 문화재를 현재뿐 아니라 미래 세대에 전해주는 것이 문화재 보존과학의 역할'이며 '역사서나 문화유산을 통해 비어있는 부분을 퍼즐 조각 맞추듯 찾아가는 과정이 역사라고 한다면 보존과학은 그 과정에서 퍼즐 조각의 진짜 위치를 확인하는 것(6-7)이라고 한다. 

이 책은 그런 내용으로 문화유산의 재료로 구분하여 6개의 부분으로 나누어 우리 문화유산의 위대함을 보존과학으로 증명해보여주고 있다. 

컴퓨터 단층 촬영이나 적외선 조사, 특히 의학에 많이 사용되는 엑스선, 시티촬영 같은 기술이 문화재를 분석하고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솔직히 기마인물형토기가 장식품이 아니라 주전자라는 것은 그냥 그렇게 밝혀진 것이라고만 생각했었는데 이것이 바로 보존과학으로 밝혀낸 것이라고 하니 조금씩 흥미로워지기 시작한다. 계영배의 구조도 시티촬영으로 밝혀낼 수 있으며 무덤 속에서 출토된 금동신발이 어떤 형태로 묻히게 되었는지도 밝힐 수 있게 되었으니 과학의 발전만큼이나 과거의 역사가 현재에 재현되는 듯 놀랍고 신기하다. 


보존처리 담당자가 [봉수형 유리병]의 결실된 부분이 국립경주박물관 소장품 [황남 3326 유리 편]과 색상 등이 유사하여 혹시나 하는 마음에 결합을 시도했는데 38개의 편이 일치해 1,600여년만에 봉수형 유리병이 더욱 완벽한 모양새를 갖추게 되었다(81)는 이야기는 그저 대단하다는 감탄만이 아니라 문화유산에 대한 담당자의 넘치는 애정과 열정이 느껴져 감동적이기까지 한다. 

목간의 적외선 촬영으로 먹이 사라져 확인할 수 없는 목간의 내용도 확인할 수 있다니 과학이 발전하며 역사의 상상이었던 내용들이 역사적 사실이 되어가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다. 부여에서 출토된 6세기 백제 [부여 쌍북리 구구단 목간]의 발견이 그저 새로운 문화재의 발견뿐만이 아니라 동아시아의 문물전파 경로가 중국에서 한국으로 다시 일본으로 이어진다는 것이 증명되었고 특히 우리 목간은 중국, 일본과 달리 전문적이고 체계적으로 구구단을 기록했다(141)고 하니 은근 자랑스럽기까지 하다.


문화재를 지키기 위해 박물관의 조명과 습도 등을 조절하는 것은 기본이라 생각하는데 3D 스캔을 통해 손상된 부분을 복원해 완벽한 형태로 전시를 한다거나 전통적인 방식을 고증하여 복원하는 것 등은 우리 모두가 더 적극적인 지원을 해야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문화유산의 의미에 대해 더 깊이 알게 되는 것뿐만 아니라 - 아니, 어쩌면 이 부분에 대해서는 오히려 많은 관심을 갖고 있기에 알수있는 것이 많지만 그 유산을 보존하고 미래에 남겨주는 것에 대한 관심은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생각해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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