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을 소유하는데는 크나큰 책임이 따른다.

나는 밭쥐숲을 없애버릴까 생각했다. 그토록 오래 내 곁에 있어준 밭쥐들에 대해 생각했다. 자신들을 보호해줄 숲이 사라지면 매, 족제비, 고무보아뱀에게 대부분 학살당할 것이다. 밭쥐가 초지 위를 나는 붉은꼬리말똥가리의 발톱에 꿰인 채 핏방울을 뚝뚝떨어뜨리는 장면을 상상해보라. 족제비가 밭쥐굴에 살금살금 들어가 털 난 궁둥이에 뾰족뾰족한 송곳니를 박는다고 상상해보라.
고무보아뱀이 통통한 밭쥐를 삼켜 팽팽한 한쪽 끝이 불룩하게 부푼 모습을 상상해보라. 상상할수록 죄책감은 커져만 갔다.
땅을 소유하는 데는 크나큰 책임이 따른다. 한 발 내디딜 때마다, 길 하나를 낼 때마다, 잡초한 포기를 뽑을 때마다, 나무 한그루를 심을 때마다 수억 가지 결과가 생겨난다. 대자연에게 봉토를 하사받은 대봉건지주는 자신의 행동과 그로 인한 결과를 정당화할 수 있어야 한다. 홧김에 숲을 밀어버릴 수는 없다. 밭쥐숲도 예외가 아니다. 밭쥐들이 끼친 피해는 엎지른 물이었다. 숲을 없앤다고 해도 돌이킬 수 없었다. 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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