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여행입니다 - 나를 일으켜 세워준 예술가들의 숨결과 하나 된 여정
유지안 지음 / 라온북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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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라는 말에 조건반사되는 몸처럼 무작정 궁금증을 갖고 책을 펼쳐든다. 오늘이 여행이라니 오늘은 여행이라는 것보다 더 늘 여행이라는 의미처럼 느껴지는 책 제목을 넘기고 저자가 어떤 사람인가 궁금증을 해결해본다. 나이 예순이 넘어 세계여행을 시도하고 900일이 넘게 혼자 여행을 마치고 왔다는 것이 놀라웠다. 나이가 그리 중요한 것은 아니겠지만 홀로 여행을 떠난다는 것이 쉽지는 않았으리라는 생각에 그 모든 것이 놀라웠던 것이다. 그런데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이 책의 방점은 저자도 아니고 여행도 아니었다. "나를 일으켜 세워준 예술가들의 숨결과 하나된 여정"이라는 부제에 걸맞게 이 책에는 온통 예술가들의 발자취를 찾아 나선 여정이 가득하다. 


남편을 잃고 상실감에 빠져있다가 여행을 떠났고 함께 했던 아들과도 헤어진 후 홀로 기나긴 여정을 시작한다는 이야기에서 본격 여행 이야기가 나오려나 했다가 기대하고 예상했던 이야기가 아니어 좀 당황스러웠던 마음을 감출수는 없었다. 솔직히 '여행'을 기대하고 책을 펼쳤는데 여행으로 만난 '예술가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가 중점이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예술가들이 이야기여서 야금야금 들여다보고 있으려니 어느새 집중하며 책을 다 읽게 되기는 했다. 어떤 여정으로 여행을 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없는 것이 지금도 아쉬운 마음이 들기는 했지만 다른 책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조지아 오키프 하우스나 모딜리아니의 집구경(!)도 해보고 한권의 책으로 미국과 서유럽뿐 아니라 린드그랜의 작품도 만나고 몽고메리의 빨강머리앤도 만날 수 있다는 것이 좋았다. 랭보와 고흐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고 루이자 메이 올컷, 버지니아 울프와 에밀리 브론테와 제인 오스틴의 당당함도 만나볼 수 있었다. 

책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책에 직접적으로 언급되어 만나볼 수 있는 예술가들뿐 아니라 훨씬 더 많은 이들을 찾아 본 것을 저자의 글에서 알 수 있는데 저자의 여행 이야기가 대륙으로 나뉘어 있거나 문학작가, 화가 음악가 등으로 나뉘어 더 자세히 알려주고 있다면 더 좋았겠다 싶은 생각을 해 봤다. 처음엔 5개의 장으로 나뉜것을 크게 생각하지 않고 국가나 지역으로 나누어 이야기하고 있나 싶다가 대륙을 건너뛰고 있어서 목차를 다시 봤는데 저자 나름의 구분이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솔직히 말한다면 내게는 그 구분이 뚜렷이 다가오지는 않았지만.


여행중에 만난 이들과의 운명같은 인연과 선함으로 서로를 도와주려는 따뜻함이 느껴져서 좋았고 한국을 알지 못하지만 그 먼 곳에서 자신들의 문화를 찾아 와 준 마음에 감사할 줄 아는 모습도 감동적이었다. 

어쩌면 '오늘이 여행입니다'라는 것은 여행과 삶을 같은 의미로 느끼고 말을 하고 있는 것과 통하는 그런 문장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자유로이 떠남을 갖고 위로와 치유를 받으며 긍정의 힘으로 용기를 갖고 도전하고 삶의 고단함을 이겨내며 현재를 살아가고 미래를 꿈꾼다. 이 책을 통해 저자는 그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 같다. 

문득 오래전에 타샤 튜터의 아름다운 정원이나 비아트릭스 포터가 그려낸 피터 래빗의 고향에 가보고 싶었던 마음이 떠오른다. 나는 갈 희망이 없을거야,라는 생각으로 잊고 지냈는데 이 책을 읽다보니 저자가 좋아하는 예술가들을 만나 떠났던 것처럼 나 역시 미래에는 '오늘이 여행'인 삶을 꿈 꿔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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