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제가 매일 이용하는 공항철도는 참으로 이상합니다. 번호가 붙은 다른 호선과는 분명 다릅니다. 1호선이 인과 예가 사라진 아사리판이라면, 2호선은 정의라곤 찾아볼 수 없는 무뢰한들의 세상입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공항철도와 연결되는 9호선은 출근 시간에 지옥도가 열립니다. 인간이 어디까지 쪼그라들 수 있는지, 어디까지 치사할수 있는지, 어디까지 막돼먹을 수 있는지를 보려면 고시원에 살면서 9호선 오전 급행을 타보면 됩니다. 그에 비해 공항철도는 놀랍도록 깨끗하고 평화롭습니다. 가끔 자전거 족들이 민폐를 끼치기는 하지만 1호선의 예수쟁이나 2호선의 앵벌이에 비하면 양반입니다. 고약한 냄새도 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이 못난 아들은 공항철도가 불편합니다. 여행용 가방을 끌고 공항을 향해 가는 사람들의 천진하고 설레는 표정을 보는 것도 불편하고, 여행에서 돌아오는길에 피곤에 절어 꾸벅꾸벅 졸며 서울역으로 향하는 걸 보는 것 역시 불편합니다. 왜냐하면 그것이 제 삶과는 너무도 거리가 먼 풍경이기 때문입니다. 한 번도 비행기를 타보지 못한 제가 공항철도를 이용해 출퇴근을 합니다. 수많은 사람이 저랑 비슷하게 공항철도를 이용한다는 사실을 잘 알지만 그럼에도 뭔가 맞지 않은 옷을 입은 것 같은 느낌은 지울 수 없습니다. 언제쯤 공항철도가 편하게 다가올까 궁금한 한편, 그런 삶을 누려오지 못한 지난 시간들이 후회로 남기도 합니다. 아버지. 저는 아버지를 원망하지 않습니다. 아버지는 편권도를 가르치며 이런 말씀을 하셨지요. 편권도의 강력한 주먹으로도 무너뜨릴 수 없는 게 딱 한 가지 있는데 그것은 바로 사람의 마음이라고, 아버지 올라오셔서 함께 사셨으면 좋겠습니다. 아버지와 함께 공항철도를 이용해 공항에 가보기를 소망하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비행기에 오르기를 또한 소망하고 있습니다. 아버지가 생각날 때면 묵묵히 정권 찌르기를 합니다. 백번 천번 계속 합니다. 그럼에도 무너지지 않았습니다.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은요.˝ 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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