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는 모든 피가 검다
다비드 디옵 지음, 목수정 옮김 / 희담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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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동안 영혼의 형제같은 세네갈 청년, 초콜릿 병사인 마뎀바와 디옵이 피를 흘리고 복수를 다짐하며 전투를 벌인 전장이 어디인지 궁금했다. '다들 알겠지만'이라는 부분에서 좀 충격을 받았는데 - 나는 그 '다들'에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고 식민지국가의 청년들이 자신들의 조국이 아니라 자신들의 조국을 지배하는 나라의 전쟁에 끌려가 피를 흘린다는 것이 말이 되는 소린가 하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내. 일제강점기를 살아온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떠올리고는 이내 전쟁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이 책의 원제는 '영혼의 형제'라는 의미라고 한다. 원제보다 번역 제목이 더 의미심장하게 들리는 것은 사실이지만 전쟁의 광기를 드러내기에는 원제가 더 강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마뎀바의 의미없는 죽음을 목격한 이후 알파는 전투가 끝난 전장에서 적군의 진지로 찾아가 적군병사 하나만을 죽이고 그 손을 잘라내 전리품처럼 갖고 온다. 친형제처럼 같이 자란 마뎀바의 죽음을 그대로 느끼게 해야하며, 고통을 못이겨 죽여달라는 마뎀바의 부탁은 들어주지 못했지만 적군병사의 고통은 그보다 좀 더 빨리 끝내게 해 준다는 것이 전쟁에 메몰되어가는 알파의 마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일까, 라는 생각도 해 보지만 이 이야기를 읽는 것이 쉽지는 않다. 

적의 손을 잘라 세개까지 갖고 올때는 전쟁영웅이었지만 네개째부터는 미치광이이며 피에 굶주린 야만인이 되었으며 그렇게 된 후에야 알파를 전쟁터에서 끌어내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실상 전쟁터에서는 모두가 미치게 되는 것이 아닐까...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소설적 구성으로서의 이 책은 좀 그 흐름을 하나의 이야기로 끌어가며 읽기보다는 알파의 삶으로 보여주는 상징들은 순박하게 살아갈 수 있었던 알파가 어떻게 광기로 흐르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수탈당하는 아프리카의 모습을 알파의 아버지의 연설을 통해 보여주고 있기도 하는데 소설이 아닌 에세이를 읽는 느낌이랄까. 그것이 소설로서 좀 아쉽기는 하지만 "신의 진실로 말하노니, 내가 우리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 지금, 그는 나이고 나는 그이다."(199)

"그는 자신이 죽음이자 동시에 삶이었다고 말했습니다"(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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