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손 컬렉션의 네 번째 주인공은 딱히 아무런 잘못도 없었다. 난 그렇게 생각한다. 내가 그를 바닥에 눕혀놓고 그의 내장을 꺼낼 때, 나는 그의 파란 눈에서 그 사실을 읽을 수 있었다. 그의 눈에서 그가 착한 소년이고, 착한 아들이며, 여자를 알기엔 너무 어렸지만, 틀림없이 미래의 좋은 남편감이 될 수 있는 인물이었음을 보았다. 그런 그에게, 나란 존재가 불행처럼,
무고한 죽음처럼 닥쳤다. 그게 바로, 전쟁이다. 인간이 연주하는 음악에 신이 너무 늦게 당도한 경우, 신이 너무 많은 운명에 얽매인 아들을 구할 수 없는 경우, 신의 진실로 말하노니, 신을 원망할 순 없다. 신이 이 소년 병사를 전쟁통에 나의 검은 손으로 죽게 만들면서, 혹여 그의 부모를 벌하려 한 것은 아닌지누가 알겠는가? 신이 그의 조부모들의 잘못을 그들의 자녀들에게 벌할 시간이 없어서, 그 손자에게 벌 내린 건 아닌지 또 누가 알겠는가? 누가 아는가? 신의 진실로 말하노니, 신은 그 어린 소년 병사 가족에 대한 형벌을 뒤늦게 내린 것일 수도 있다.
신은 그들의 손자 혹은 그들의 아들을 통해서 인간들에게 엄한 벌을 내려왔다는 것을 나는 안다. 그 어린 적군은 내가 자기내장을 꺼내, 여전히 살아있는 그의 옆에 쌓아 놓았을 때, 다른이들이 그랬던 것처럼 몹시도 고통스러워했다. 나는 아주 잠깐 그를 동정했다. 나는 그의 부모 혹은 그의 조부모들이 받을 형벌을 완화해 주고자 했다. 그를 처치하기 전, 그가 눈물 고인 눈으로 내게 단 한 번 애원하도록 했을 뿐이다. 나의 절친 마뎀바디옵의 내장을 들어낸 적군이 그 소년 병사일 리 없었다. 좋은향기가 나던 편지로 절망에 빠져버린 내 익살꾼 친구, 장 바티스트의 머리를 한 발의 포탄으로 날려버린 것도 역시 그일 수 없었다. 93





세 번째 손까지 나는 전쟁 영웅이었지만, 네 번째 손부터 나는 위험한 미치광이이자 피에 굶주린 야만인이 되었다.
신의 진실로 말하노니, 일은 이렇게 번져간다. 세상은 이렇게 굴러간다. 모든 일엔 양면이 있다....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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