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프라 도서관과 코임브라 도서관은 매우 독특한 공통점도 있다. 두 도서관모두 박쥐를 키운다. 박쥐를 일부러 사육하는 것은 아니지만 박쥐가 도서관에서 번식하고 자유롭게 드나들도록 방치한다.
박쥐는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낮에는 서가나 벽 틈의 좁은 공간에서 잠을 자다가 밤이 되면 넓은 공간을 마음대로 휘젓고 다닌다. 수백 년도 더 된 낡은 도서관의 박쥐들. 왠지 좀 으스스하다.
그러나 이들 도서관에서 박쥐를 없애지 않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박쥐가 책을 갉아먹는 책벌레를 잡아먹기 때문이다. 낡은 고서나 고문서의 가장 치명적인 적은 습기도 먼지도 아닌 책벌레다. 한번 갉아먹은 책은 복원이 불가능하다. 그런데 박쥐들은 밤중에 서가 사이를 부지런히 날아다니며 책벌레를 잡아먹는다. 인간과 박쥐의 참 기묘한 동거요, 협력관계다.
물론 약품 처리로 현대식 방제를 할 수도 있지만, 그럴 경우 약품 성분이 책을 훼손할 수도 있다. 그러니 책 보존 역시 천적 관계를 활용한 자연 그대로가 가장 좋은 방법인 셈이다.
그래서 그런지 장미의 이름을 쓴 소설가 움베르토 에코도 이곳을 다녀간뒤 고서가 많은 자신의 서재에 박쥐를 키우는 것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했다고 한다. 물론 귀찮은 점도 있다. 바로 박쥐의 배설물이다. 이 때문에 코임브라 주아니나도서관의 진귀한 목재로 만든 탁자들은 밤이면 천으로 꼭 덮어놓는다.
배설물이 탁자를 버리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매일 이를 반복해야 하니 이것도 예삿일은 아니다. 17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