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스터의 홈가드닝 이야기 - 초보 식물 집사를 위한 안내서
글로스터(박상태) 지음, 아피스토(신주현) 그림 / 미디어샘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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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에는 해마다 되풀이되는 말이 있다. 어머니가 마당에 심기위해 온갖 채소모종을 사고 모종을 키우고 세우는데 필요한 버팀대부터 시작해 흙과 영양제 등등 필요한 것들을 구입하는데 들이는 돈이면 1년동안 채소를 사다 먹고도 남겠다고 하면 어머니는 곧바로 죽여먹을 식물화분은 뭐하러 날마다 갖고 오냐,하신다. 그나마 어머니는 다년간의 노하우로 채소도 잘 키우시고 식물도 잘 살리시는데 나는 여전히 반쯤은 죽이고 식물의 강인한 생명력으로 살아남은 반은 계절의 변화에 둔감한 내 손에 또다시 반정도가 사라져버린다. 작년 겨울에도 잘 자라던 다육이들을 아무생각없이 방치했다가 이틀동안 쌓인 눈에 모조리 죽어버리기도 했으니...

그럼에도 나는 식물키우기를 포기할 수 없다. 이파리 하나를 겨우 살려 십수개의 잎이 자라기까지 몇년동안 꽃 한번 안피던 아프리칸 바이올렛이 올 여름에 끝없이 꽃을 피우기도 하고 완전히 죽어버린듯한 다육이의 가지에서 잎이 하나씩 올라오더니 집에 갖고올때보다 더 튼튼한 모습으로 자라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그동안 죽여버린 식물들의 모습은 사라지고 만다. 

그러니 이렇게 홈가드닝 이야기만 나오면 꼭 펼쳐보게 된다. 내가 뭘 잘못해서 식물들이 죽어가는지, 어떻게 하면 잘 살릴 수 있는지 배워야겠기에.


글로스터의 홈가드닝 이야기는 '식물키우기의 기초부터 번식 꿀팁까지 총망라한 식물 실용서'라는 말 한마디로 끝낼 수 있는 책이다. 지금까지 읽었던 식물관련 책들은 보편적으로 초보자가 키우기 쉬운 식물에 대한 이야기이거나 플랜테리어와 관련된 것이 많았다. 그런데 이 책은 내게 지금까지 안일하게 일주일에 한번 물을 주고 있는 내 생활습관에 대해서부터 반성하게 하고 있다. 사실 여름이 되면서 물을 더 많이 필요로 하는 식물이 있는 것을 알면서도 - 파피루스 같은 경우 습지대에서 살아가는 식물이라 늘 화분을 물 속에 담궈둬야하는데 여름에는 일주일이 되기 전에 물이 말라버린다. 그런데도 잘 살아주고 있으니 다행인건가. 물을 좋아한다는 화이트스타는 잘 크더니 일주일사이에 잎이 다 말라버렸다. 

환경에 따라 특히 4계절의 변화가 큰 우리나라에서는 조금 더 세심하게 계절별 식물관리를 해야한다,고 강조하고 있는 저자의 이야기가 더 마음에 남고 있다. 


뒷부분으로 넘어가면서 실내가드닝으로 많이 키우는 식물의 번식법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는데 나같은 초보에게는 그리 쉽지만은 않다,라고 생각하며 다시 보니 책의 앞부분은 초보자를 위한 기초레시피, 뒷부분은 식물고수의 비밀레시피라 되어있어 왠만큼 식물을 키워본 사람들에게 식물의 번식법을 상세히 설명해주고 있는 것이다. 

칼라디움 같은 경우 동면을 해 준다고 하는데 이 책을 통해 식물의 동면을 처음 알게 되었고 - 내가 살고 있는 곳은 겨울이 그리 춥지는 않으니 실내에서 키우고 있다면 굳이 동면을 해야할까 싶기도 하지만, 눈이 내려 기온이 뚝 떨어지는 날은 현관에 있는 녀석들을 조금 안쪽으로 옮기거나 찬바람을 막아줘야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상세한 설명과 세밀화를 보고 각 항목마다 큐앤에이와 포인트잇으로 실제 식물키우기에 대한 질문사례를 통해 조금 더 구체적으로 내용을 정리하며 식물키우기 노하우를 배워볼 수 있어 더 좋았다. 지금은 책읽기정도로 한번 훑어봤는데 집에가서 안스리움을 잘 크고 있는지, 작년에 분갈이할 때 무지몽매해서 뿌리를 손으로 뚝 잘랐다가 - 뿌리는 칼로 단면을 좁게 자르는 것이, 특히 균이 발생하지 않게 되도록 1회용 면도칼이 좋다,는 건 이 책을 보고 알았다 - 죽어가던 스노우화이트가 드디어 지난 주에 새 잎을 하나 틔웠는데 이제 잘 보살펴봐야겠다. 내가 유일하게 잘 하는 것은 죽은 것 같은 식물도 포기하지 않고 물주기 하나만큼은 일정하게 해 주는 것이다. 이제는 그것도 일정하게가 아니라 계절별로 변화를 주어야 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으니 이제 조금 더 살아남는 녀석들이 많아지지 않을까.

식물집사를 위한 안내서로 추천할 수 있는 책,을 만나 한걸음 더 성장한 식물집사로 거듭날 것 같은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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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07-06 09: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요즘 식물집사하고 있는데 매일 아침 건조하진 않나 살펴보는게 다예요. 아우 쟤들은 뭘 좀 더 먹여야하나싶다가 먹일게ㅠ없구나 뭐 이렇게 중얼거리기도 하구요. 식물을 키우는건 그 나름의 즐거움이 있네요. ㅎㅎ

chika 2022-07-06 09:56   좋아요 0 | URL
저는 물 좀 먹여야하는데... 생각하다가 잊어버리고 정신차리고보면 이미 ...ㅠㅠ
그렇게 보낸 녀석들도 많고요. 그래도 식물 키우는 건 좋아요. 식물은 인간이 없어도 살 수 있지만 우린 식물없이는 생존이 안되니 꾸준히 잘 키워야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