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의 은밀한 감정 - Les émotions cachées des plantes
디디에 반 코뵐라르트 지음, 백선희 옮김 / 연금술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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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이 없다면 사람은 살 수 없다. 하지만 사람이 없어도 식물은 존재할 수 있다. 

이 말에 반론을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왜 우리는 자꾸 그 사실을 잊고 식물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 것인지...

식물의 은밀한 감정,이라는 조금은 자극적인 제목때문에 솔직히 이 에세이는 과학적이라기보다는 초자연주의적인 느낌이 더 강조되는 듯 하다. - 사실 책의 첫번째 챕터를 읽기 시작하면서 '식물이 공격자를 절대 잊지 않는다는 사실이 미국 판례로 정립되었으며 아무 증인 없는 온실 안에서 법죄가 저질러질 때 발생한 몸 싸움으로 수국들이 손상을 입었는데 오실로그래프를 통해 드러난 식물의 감정 표현이 살인자의 자백을 촉구하였고 이 식물의 증언이 법적자격이 있는 것으로 선언되었다'(14)라는 글을 읽을 때 이것이 과학적인 것이라기 보다는 감성적으로 느껴졌다. 아니, 그보다는 며칠 전에 만개한 수국을 가까이 보고 싶어서 손으로 가지를 뚝 꺾어온 것이 기억나 더 감정적으로 느끼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마당에 피어있는 수국도 자신을 파괴하려 한 사람으로 나를 기억할까.


여러 이야기들이 기억에 남지만 그래도 가장 인상적인 이야기는 '식물과 인간의 소통'이다. 저자의 어린시절을 함께 한 호두나무가 사라지고 없는 악몽을 꾸고난 후 어린 시절의 추억이 있는 집을 찾아갔는데 그가 악몽을 꾼 바로 그 날, 이웃집의 새로운 주인에 의해 호두나무는 베어여 사라지고 없게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하는데 이것이 진짜 식물이 인간에게 보내는 소통의 이야기일까? 멸종해가는 제비꽃의 구해달라는 꿈속의 몸짓은 정말 누군가의 상상이 아닌가 의심스러울 정도인데 놀랍게도 실제 멸종위기종인 크리의 제비꽃은 결국 지구상에서 사라져버렸지만 그 제비꽃의 꿈은 나치 수용소에서 공포와 인간의 야만 행위에 맞설 힘을 내는 원천이 되었다고 하며 이 이야기 역시 실화라는 것이 놀랍기만 하다. 


식물이 반응을 보이는 음악이나 인간의 손길에 대한 이야기는 낯설지 않지만 사실 식물을 애지중지 키우던 주인이 사망 후 식물 역시 시들어 죽음에 이른다는 이야기는 흔하지 않은 특별한 우연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될만큼 신비롭고 초자연적으로 다가온다. 물론 저자는 이에 대한 여러 데이터와 과학적인 연구 결과로 증명해 보인다고 하겠지만 말이다. 이렇게 표현한다고 해서 내가 이 책의 이야기들을 하나의 우연이나 초현실적인 이야기로만 치부해버리고 있는 것은 아니다. 현재 우리가 명백하게 증명하지 못하고 있을 뿐 분명 식물은 자신들의 언어로 소통을 시도하고 감정을 표현하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인간의 어루만짐이 식물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것이며, 쾌락이 아니라 경계를 갖게 하지만 위험에 대한 인식이 방어 체계를 작동시켜 더 강하고 아름답게 만드는 것'(172)이라고 하니 내일부터 화초에 물을 줄 때 슬며시 이파리들을 어루만져봐야겠다는 생각뿐이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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