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착민이셨나요?˝
그녀가 움찔했다. ˝그래, 정착민이었지.˝
˝왜 케냐였죠?˝
그녀는 대답을 하기 전에 잠시 멈추었는데, 그러고서 다시 말을 시작할 때 보니 집중을 하느라 얼굴을 찡그리고 있었다. ˝그 질문을 그런식으로 받아본 적은 없었던 것 같구나. 왜 다른 곳이 아니라 케냐냐고 물으려던 건 아니겠지. 왜냐하면 만일 그런 뜻이었다면, 케냐든 다른 어디든 상관없었다고 말해야 할 테니까. 우리는 유럽인이었어. 이세상 어디든 원하는 곳에 갈 수 있었지. 네 말은 왜 굳이 가서 다른 사람들이 가졌던 것을 빼앗았느냐는 그리고 왜 그것을 우리 것이라고 부르며 이중성과 무력을 앞세워 번영을 누렸느냐는 뜻이겠지. 심지어 우리에게 권리가 없던 것을 얻기 위해 싸우고 못 쓰게 만들면서까지 말이야. 그런 뜻으로 한 말 아니니? 음, 왜냐하면 우리는 우리에게 그 모든 일들을 할 수 있는 권리가, 검은 피부와 곱슬곱슬한 머리를 한 사람들이 차지하고 있을 뿐이던 장소들에 대한 권리가 있는 것처럼 여겨지던 시대를 살았으니까. 그것이 바로 식민주의의 의미였고, 우리가 원하는 곳에 갈 수 있게 해준 방법들을 우리가 모르는 척하게끔 회유하는데 모든 수단과 방법이 동원되었어. 215







 나는 그들의 자신감에 놀랐고, 내가본 것이 엘레케가 자신의 부모님이 케냐에서 보였다는 자기 연민의 오만함이었는지, 아니면 그것이 다른 무엇, 그러니까 그들이 이론의 여지가 없다고 여긴 신념의 가치에 대한 느긋한 확신 같은 것이었는지 궁금했다. 심지어 식민주의의 추악함을 겪고도, 나치 전쟁과 홀로코스트의 비인간적 행위를 겪고도, GDR의 권위주의적 행태에 기인한 수모를겪고도 완전히 파괴되지 않던 신념에 대한 그 지속적인 열정을 지금의나라면 더 잘 이해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때 나는 아는 게 별로 없었고, 그들의 태도를 드레스덴의 그 아파트의 축소된 현실 속에서 벌어지는 매력적인 기이함으로만 여겼다. "삶은 우리를 그렇게 끌고 다니지‘
한번은 엘레케가 말했다. "우리를 이렇게 끌고 가다가, 우리를 뒤집어서는 또 저렇게 끌고 가지." 그녀가 말하지 않은 것은, 그 모든 과정을 통해 우리가 합리적인 무언가에 매달리게 된다는 말이었다. - P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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