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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람스의 밤과 고흐의 별 - 39인의 예술가를 통해 본 클래식과 미술 이야기
김희경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22년 4월
평점 :
음악과 그림이 어우러져 있는 글을 기대하게 되는 책 제목이다. 처음 책의 내용에 대해 살펴보지 않고 음악과 그림으로 표현되는 두가지 양식의 예술을 어떻게 융합시켰을까 궁금했는데 융합의 형태는 아니고 음악가와 미술가의 삶을 통해 작품을 이해하고 다시 그를 통해 그들의 삶을 이해해보는 이야기들이 담겨있는 책이다.
예술가들의 삶에 대해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대부분의 이야기가 낯설지는 않다. 각자의 삶에 대한 짤막한 에피소드지만 핵심적인 이야기를 말하고 있는데 잘 잊어버리는 내게도 익숙한 이야기가 많아서 그런지 책은 어렵지 않게 읽혀서 좋았다.
음악가에 대한 이야기에는 큐알코드가 있어 음악을 들어볼 수 있고, 미술가는 대표적인 그림 도록을 실어놓고 있어서 클래식에 문외한이거나 미술가에 대해 잘 모른다해도 좀 친숙하고 가볍게 접해볼 수 있는 계기를 가질 수 있는 책이라 이제 막 입문하려는 이들에게는 예술에 대한 흥미를 더 높일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조금은 흥미 위주의 이야기에 빠질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보다는 그들의 삶과 예술에 더 관심을 갖게 되리라는 생각이다. 예술가로서의 파격적인 행보나 끊임없는 노력과 늘 새로움을 추구하는 태도, 때로는 힘겨운 삶과 고통속에서도 예술로 빛을 내는 이야기들이 주제별로 나뉘어 있는데 이야기를 읽다보면 클래식과 미술작품들이 좀 더 친숙하게 다가오는 느낌이다.
좀 새롭게 느껴졌던 것은 차이콥스키의 이야기였다. 해마다 공연이 되고 그해의 백조를 누가 맡게 되는지 초유의 관심사가 되는 유명한 작품인데, 그런 백조의 호수가 처음 공연되었을 때는 춤보다 음악이 더 돋보인다고 혹평을 받으며 실패한 공연으로 기록되고 루빈스타인에게 그가 만든 음악을 헌정하려 했지만 거부당하고 혹평을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그 곡 피아노 협주곡 1번은 피아니스트 뵐로에게 헌정되며 미국에서 큰 성공을 거두게 되었다고 하니 저자의 말처럼 외부의 시선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음악을 지켜나간 그의 의지가 놀랍다.
처음 책을 펼쳤을 때는 예상보다 좀 가벼운 느낌의 글이라 생각해서 별 감흥없이 읽었는데 날마다 몇꼭지씩 읽다보니 노래 한 곡, 그림 한장이 저절로 생겨나는 것이 아니며 예술가들이 처음부터 명작으로 인정을 받고 탄탄대로를 걸은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우연찮게도 처음 클래식 연주곡을 찾아 들었던 것이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협주곡 2번인데 그것이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클래식이라는 것도 흥미로웠다. 클래식을 잘 몰라도 그 곡을 열심히 듣던 내게 라흐마니노프가 직접 연주한 곡은 또 다른 느낌이라며 앨범을 선물해줬던 친구도 떠오르고...
아무튼 이 책에 실려있는 글은 생각날 때 짬짬이 한꼭지씩 꺼내어 듣고 읽고, 가끔 주제별로 뒤적거리며 예술가들의 삶에 대한 에피소드를 읽다보면 삶의 새로운 활기와 희망이 생기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는 이야기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