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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가는 길
소피 커틀리 지음, 허진 옮김 / 위니더북 / 2022년 4월
평점 :
열두살 소년 찰리는 남동생이 태어나기를 기다리고 있다. 형 아니면 오빠가 될 것이라는 소식에 동생을 기다리는 마음은 기뻤지만 막상 태어난 동생의 모습을 보니, 동생을 안아주라는 아빠의 말에 무서운 일을 당한 듯 도망쳐버리고 만다. 그리고 숲으로 들어간 찰리는 뜻밖의 모험을 겪게 되는데...
은유라고 하기에는 청소년 대상으로 하는 소설이라 내용 자체가 어렵지는 않다. 어쩌면 빤하게 예상이 되는 이야기가 담겨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더 술렁거리며 읽어버렸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책을 다 읽고 가만히 생각해보니, 막내로 태어난 내가 동생이 태어난다는 느낌을 경험해보지 못했는데 찰리의 마음을 제대로 이해했을까 싶어진다. 더구나 막 태어난 동생이 귀엽고 이쁘기만 할 줄 알았는데 쭈글거리고 혈색도 없이 몸에 주사바늘을 꽂고 인큐베이터 속에 들어가 온갖 기계들로 둘러싸여있다면 어린 찰리처럼 놀라고 당황하게 되지 않을까?
동생이 귀엽고 이뻐죽겠으면서도 동생옷이라고 사 갖고 가면 팔다리가 다 나와 짧은데도 자기 옷이라며 잠시동안이라도 본인이 입고 자기 옷이라고 우겨보던 조카를 떠올려보면 찰리의 당혹스러움은 이해못할 것도 없을 것 같기는 하다.
숲속으로 들어간 찰리는 자신을 부르는 소리를 듣고 따라가다가 석기 시대의 또래 소년을 발견하게 된다. 소년의 목숨을 구해준 찰리는 소년의 잃어버린 여동생 나나를 찾으며 늑대를 만나 위험에 빠지기도 하고 자신의 동생 다라를 떠올리기도 하며 위험한 숲에서 빠져나와 집을 찾기 위해 길을 나선다. 그 모험의 끝에 찰리는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이 모험을 통해 찰리는 어떤 변화를 받아들일 수 있게 될지...
대충 다 알것같은 이야기라고 생각했지만 확실히 뭉뚱그려 생각하는 것과 실제 이야기 속 주인공들의 행동과 대화를 통해 느껴지는 이야기는 또 다른 느낌을 갖게 한다.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닌 것이다. 간결하게 그 핵심을 바로 짚어내주는 것, 그것이 청소년에게만이 아니라 이미 그 핵심을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나같은 어른에게도 또 다른 감성과 깨달음을 주는 것이다. 뜻밖에도 석기시대 소년이 자신의 엄마의 죽음에 누군가를 원망하지 않는 것에서도 자연의 순환과 생명의 유한함을 받아들이는 마음을 배운다.
"네 마음이 어떤지 조금은 알 것 같아. 안 좋은 일이 일어나면 생각조차 하고 싶지 않지. 힘드니까. 그냥 도망치는 편이 쉬웠을 거야.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면서"
"그 일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 게 도움이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지. 하지만 생각하지 않는다고 그 일이 사라지진 않더라"(2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