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세만큼이나 오해도 많이 받았던 인물, 나 역시도 나혜석을 피상적으로만 알았다. 한국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라지만 남은 그림으로 봐서는 잘 그렸다고 하기 어려운 화가, 연애하는 신여성, 남편 덕에 세계일주한 여자, 거기서 바람이 나 이혼하고 그 전말을 또 매체에 발표한 여자….… 그러나 2000년대 들어 다시 만난 나혜석은 정말 글을 잘 썼다. 문장의 미려함을 말하는 게 아니다. 사고는 21세기적이었고, 지평은 식민지 조선을 넘어 유럽으로 향했다. 글로 좌충우돌한 것은, 쏟아질 비난을 몰라서가 아닌 것 같다. 논쟁의 시대였고, 논쟁의 탈을 쓴 명사들의 여혐 발언‘도 지면은 기꺼이 신던 시절이었다. 거기서 나혜석은 여성 선각자로서 비난을 한몸에 받으면서도 제 역할을 했다. 다만 그림에 대해서는 답답한 점이 남는다. 151


일본영사관 부영사로 있을 당시 나혜석 부부는 독립운동가들의 밀입국을 도왔다. 그러나 이후의 삶은 갈라졌다. 전 남편 김우영, 가정 파탄의 원인제공자였던 최린, 그리고 도쿄 유학 시절부터 교유했던 춘원 이광수까지..… 나혜석과 가까웠던 남자들은 친일행적으로 해방 후 반민특위에 회부됐다. 반면 가정도, 작품도, 종국에는 이름까지 다 잃은 나혜석은 신사참배도 거부하며 자기만은 지켜냈다. 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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