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후, 다시 정신이 들자 가난에 찌든 처참한 현실이 별안간 눈앞에 밀어닥쳤다. 미리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했건만, 현실 속의 가난은 예상했던 것과는 완전히 딴판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밀림이 곧 가난이라는 것을, 즉 가난과 하나가 되어 우리 눈에 보이지 않게 만든다는 것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산크리스토발의 시장이 한 말에 따르면, 그림처럼 아름다운 풍경 뒤에는 늘 더럽고 불결한 현실이 숨어 있다고 했다. 그의 말은 과장 없이 있는 그대로의 사실이었다. 녜에 인디오 아이들은 모두 꾀죄죄하고 땟국이 질질 흐르는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어쩌면 그 덕분인지 기가 막힐 정도로 사진을 잘 받았다. 아열대 기후라는 특성을고려할 때, 저들의 비참한 삶에는 불가피한 측면이 없지 않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달리 말해 사람은 다른 사람과 싸울 수있어도 거대한 폭포나 폭풍우에 맞설 수는 없는 법이니까 말이다.
- P15

인간의 정신을 파멸의 구렁텅이 속으로 몰아넣을 수도 있는 비극적인 운명을 이해하려면, 두려움에 사로잡혀 허우적거리는 아이를 눈여겨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어른은 어떤 것이든 자신과 상관없이 계속 존재할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어린아이는 자기가 생각하지 않는 것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여기는 듯하다.  - P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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