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2200km를 걷다 - 르퓌에서 산티아고 그리고 리스본까지 86일간 여정 또 다른 일상 이야기
김응용 지음 / 지성사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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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부터 이건 산티아고 순례길 이야기겠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2,200킬로미터가 얼마나 긴 길인지는 모르겠지만 86일간을 걸어 완주한 길이라고 하니 - 물론 여기에는 산티아고에서 다시 파티마를 지나 리스본까지 걸어간 여정이기는 하지만 - 석달 정도의 기간을 걸어야 하는 길이라 생각하면 좀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오래전에 제주 올레길의 세코스를 1박2일동안 걸으며 누군가와 함께 하는 것도 좋고 홀로 생각에 잠겨 걷는 것도 좋았기는 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길을 걸을 때는 몰랐던 육체적 피로였다. 겨우 이틀동안 걸었던 것도 힘들었는데 늘 화창한 것도 아니고 비바람이 불기도 하고 산을 넘을 때는 눈길을 걷기도 해야하는 길을 석달동안 계속할 수 있다는 것이 결코 쉬운것이 아님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더구나 싸늘함이 느껴지는 새벽에 이불밖으로 나가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는 길을 걷지 않아도 날마다 아침 출근을 하는 사람들은 다 알것이다. 


이 책은 순례길에 대한 정보, 준비 이야기는 과감히(?) 생략되어 있고 하루하루의 순례일지 같은 느낌으로 사진과 함께 글을 읽을 수 있게 되어 있다. 처음 책을 펼쳤을 때 사진이 많아서 그냥 휘리릭 읽을 수 있는 책이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꽤 긴 시간동안 책을 읽었다. 단순하게 그저 길을 걸었을 뿐이고 하루하루의 기록이 날씨와 알베르게와 식사에 대한 것이 80% 이상 담겨있는 글인데 나도 모르게 집중해서 읽게 된다. 

길을 걷는 이야기가 이어지고 있다는 생각을 하다가 문득문득 길에서 만나는 사람들과의 관계, 똑같은 길이지만 누군가에게는 화창한 날의 따뜻한 햇살이 비춰지고 누군가에게는 빗물에 잠긴 진흙탕이 되기도 하고 누군가는 홀로 걸어가고 또 누군가는 도반과의 즐거운 동행이 되기도 한다. 


저자는 산티아고 순례길을 완주한 후 늘 갖고 다니던 손수건을 잃어버린 것을 아쉬워한다. 순례길 완주 증명서는 소중히 가방에 담아두고 있지만 그 종이 한장보다 추울때 바람막이가 되어주고 더위에 흘린 땀을 닦아주며 내내 같이했던 수건이 더 소중한 것인데 그걸 분실한 순간에 바로 찾아보지 않은 것을 후회한다고 했는데 이런 작은 에피소드가 삶의 자세에 대해 조금은 깊이 생각해보게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출발하는 생장이 아니라 조금은 낯선 프랑스 르퓌에서 출발한 순레길의 여정이 조금은 낯설지만 그 길에서의 이방인의 느낌과 국경을 넘는 순간 같은 이방인이 된 동행에 대한 이야기, 한국인을 바라보는 이방인의 느낌... 이런 것들에 대한 이야기들도 마음에 남는데 언젠가 나 역시 그 길에서 그 많은 것들을 느낄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된다. 

쉽지는 않겠지만 아직까지는 '언젠가 나도'라는 마음을 버리고 싶지 않은 마음이다. 이 책을 읽으니 더욱 더. '목적'이 아니라 목표를 갖고 희망을 간직하고 있으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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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1-11-05 00: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른 여행자는 나와 어떻게 다르게 느끼나를 보는 재미가 여행기를 읽는 재미인거 같아요. 그러면서 나도 언젠가는이라는 마음을 먹는 것도 즐거운 여행의 시작점일거 같구요. ㅎㅎ

chika 2021-11-05 06:48   좋아요 0 | URL
그런거겠죠? 나도 언젠가 산티아고를! 하고 있지만 사실 제주올레길도 완주하진않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