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마주치지 않았을 순간들
송인석 지음 / 이노북 / 2021년 8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군 제대후 코로나 시대 이전부터 세계여행을 시작해 코로나로 인해 국경이 폐쇄되는 상황에서도 여행을 계속하다가 별탈없이 귀국을 한 청년의 여행에세이이다. 

한때 여행에세이라고 하면 가리지 않고 읽어대곤했었는데 이제는 내가 직접 경험을 해보겠다는 결심으로 여행에세이에 대한 관심을 끊었었다. 여행에서의 체험은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면서 또한 보편적인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하고 있어서 다양한 매력을 느낄 수 있었는데 그또한 나이를 먹어가면서 굳이 타인의 체험이 필요할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부터였다. 그래서 특별한 여행에세이라고 느껴지지 않으면 관심을 갖지 않게 되었다가 직접 여행을 떠나지 못하는 상황이 되니 대리만족이라고 해야할지... 아무튼 여행에세이가 나오는대로 읽고 싶어지고 있다. 

이 책은 더구나 코로나시대에 여행은 일시멈춤,이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 상황에서도 계속 여행을 지속했다고 하니 그 여행의 내용이 더욱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저자의 자세한 프로필이나 여행에 대한 정보를 알지 못한채 무작정 책장을 펼치기 시작했을 때 솔직히 별다른 기대는 없었다. 다만 여행을 하는 동안 찍었을 세계 곳곳의 풍경에 대한 저자의 시선이 담긴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도 이 책을 읽는 의미를 가져야지,라는 생각뿐이었다. 그런데 초반에 예상외의 인물 사진들에 좀 당혹스러웠고 더구나 본인의 해외자원봉사활동 사진이 있어서 내가 예상한 여행에세이가 아닌가 싶은 느낌에 잠시 책을 덮어두었다. 여행지의 국가와 도시, 때로는 어떤 해변이나 하늘 아래인지도 상관없이 훅 펼쳐지는 이야기에, 뭐지? 하는 느낌과 너무 개인적이라는 느낌이 강해서 슬그머니 책을 내려놓을까 싶었지만 '어쩌면 마주치지 않았을 순간들'이라는 책의 제목이 지금의 이런 상황과 더 마주해야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해 혼자 슬며시 웃으며 책을 읽기 시작했다. 


여행에세이를 읽을때면 언제나 느끼지만 여행을 하며 힘들었던 것 보다는 즐겁고 행복했던 추억들을 더 길고 장황하게 이야기하는 건 그만큼 여행이 남기는 긍정의 힘이 크다는 것이라 믿는다. 예기치못한 코로나로 인해 조지아에서 7개월을 묶여 지내야했고 코소보의 국경에서 입국거부를 당해 겨우 갖고 있던 10달러로 버스를 탈 수 있었다거나 이집트 공항에서 물을 사려고 잠시 나왔다가 돈을 요구하는 부당함에 노숙을 해야했던 것, 2백파운드 정도면 갈 수 있는 거리를 2천파운드라 하며 택시를 잡아주겠다는 제안을 거절하니 오히려 화를 내더라는 이야기 같은 것은 그저 에피소드처럼 넘길 수 있지만 낯선 여행자의 히치하이킹에 차를 태워주거나 카우치서핑으로 잠자리를 내어주는 사람들, 길을 몰라 헤매는 여행자에게 버스비를 대신 지불하며 좋은 여행의 기억을 남겨주는 고마운 사람들이 훨씬 더 많고 그런 기억들이 여행을 추억하게 해 주는 것이라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그것이 또 여행을 떠나고 싶어하는 마음을 갖게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4년전 좀 무리를 하면서라도 여행을 떠났었고 그 이후 여러사정으로 여행을 떠나지 못하고 있지만 이것이 끝이 아니라 생각한다. 이들처럼 홀로 배낭하나로 세계여행을 떠나지는 못하더라도 잠시 일상에서 벗어나 특별한 체험을 해보는 시간을 가져볼것이라 믿으며 여행사진을 뒤적여본다. 어쩌면 마주치지 않았을 순간들이 내게도 있었고 또 있을것이라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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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21-10-17 11: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코로나 이후 지속해간 여행지의 에피소드가 리뷰를 읽다 더 궁금해지네요. 이것도 담아갑니다. 일단 제목도 끌리구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