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나를 좋아했으면 하는 바람이나 내가 그녀를 좋아하는 척해야 한다는 마음을 버리고 나니, 그제야 루스의 참모습을 볼 수 있게 됐다. 그녀가 시끄러운 까닭은 칠 남매 틈에서 필요한 것을 얻기 위해 목청을 높여야 했기 때문이었다. 키가 가장 크지 못하면, 목소리라도 가장 커야 했다. 옳지 않으면 틀린 사람이 됐다. 가엾은 어린 소녀인채로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었다. 나는 어쩌면 세상 사람들은모두 제대로 된 사람이 되는 방법을 알아내기 위해 애쓰고 있는 중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정답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어쩌면 우리는 친절해지기 위해 누군가를 반드시 좋아할 필요는 없을지도 모른다.
- P414

"네가 강하다는 걸 몰랐구나." 할머니가 말했다.
"나는 네가 패닉에 빠진 모습도 봤고, 어떤 말을 하면 네가 무너지는 건지도 알았어. 하지만 네가 바크를 구하려고 헤엄치는 걸 보니, 빗시가 무슨 말을 한 건지 알겠더구나. 네가 정말 사자처럼 용감하게 행동하는 걸 봤다. 두려워한다는 사실이 중요한 게 아니란다. 너는 겁에 질렸지만, 그래도 뛰어들었어. 바크가 물에 빠졌다고 생각하고 구하려고 헤엄쳤지. 내아들을 구했던 것처럼 말이야."
"구하지 못했어요."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도 않았다.
"아빠를 구하지 못했어요."
"오, 케이." 할머니가 말했다.
"죄송해요." 할머니의 아들을 구하지 못했으니까. 할머니에게 중요한 날을 망쳤으니까. 내 걱정을 하게 만들었으니까.
"정말 죄송해요."
"케이." 할머니는 침대에 누워 나를 감싸 안았다.
"네 아빠를 위해 그 누구도 그 이상은 하지 못했을 거야."
할머니의 몸이 떨리는 것이 느껴졌다. 할머니는 흐느끼고 있었다.
"어른이라고 해도, 의사라고 해도, 그 누구도 구하지 못했을 거야."
나는 눈물을 삼키느라 숨을 참아야 했다.
할머니가 말했다.
"이제 알겠구나. 네가 그러는 거, 염려하고 두려워하는 거,
그건 네가 가진 용기의 대가야. 항상 사랑하는 사람들을 구하려고 경계하고 있는 거지?"
나는 할머니 손을 잡아 내 가슴에 댔다.
"우리도 모두 너를 구할 거란다." 할머니가 말했다.
"그걸 잊지 마라."
- P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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