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즐거운 조울증
기타 모리오.사이토 유카 지음, 박소영 옮김 / 정은문고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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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에 늘 유쾌함을 유지하던 친구가 학교 교수님께서 '자네, 늘 조증인 것도 병이야' 라는 말씀을 하셨다면서 조증도 울증만큼이나 좋기만 한건 아닌가보다 라는 말을 했었다. 물론 가장 힘든 건 조증과 울증이 시도때도없이 오는 조울증이겠지만 조증도 병이라니 좀 뜻밖이다 라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있다. 요즘 말로 일상적으로 텐션이 업 되어 있는 상태라면 자신이 더 힘들까 주위 사람들이 더 힘들까, 문득 궁금해지고 있다.


이 책은 작가인 사이토 유카가 역시 작가이며 의사인, 그리고 조울증을 겪고 있는 아빠 기타 모리오와 나눈 대담을 글로 엮은 책이다. 아빠의 조울증이라는 것을 뺀다면 딸과 아빠의 옛 추억에 대한 에피소드를 나눈 이야기와 별반 다를 것이 없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는데 실제 이런 느낌은 책의 끝무렵에 다시 되새겨보게 되었다. 요즘은 그래도 정신과적인 치료를 요하는 병에 대해 다른 질병과 같은 질병의 일종이라 받아들여지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대놓고 드러내기는 쉽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기타 씨의 사회적 공헌이라 하면 조울증을 세상에 널리 알렸다는 겁니다. 옛날에는 환자에게 '조증이다, 우울증이다'라고 말하면 잔뜩 겁을 먹었는데, 지금은 '기타씨와 같은 병이네요'라면서 안심합니다"(203)


조울증은 반드시 낫는 것이며, 마음의 병은 혼자 고칠 수 없는 것이라고 한다. 비에도 바람에도 지지않는 마음도 필요하겠지만 인간은 비에도 바람에도 질 수 있는 것이다. 늘 백퍼센트가 아니라 80퍼센트만 만족하면서 살아간다면 행복하지 않을 수 없다. 

솔직히 어린시절 아빠의 조울증으로 인해 엄마와 외가로 쫓겨나고 학교에 연락을 따로 해주는 사람이 없어 스스로 부모의 별거 사실을 선생님에게 이야기해야하는 것이나 조증이면 영화를 만든다며 이것저것 시도를 하고 빚을 져가며 주식 투자를 해 집안이 망하고... 이렇게 단적인 이야기만을 생각하면 그렇게 웃으며 이야기할 수 없을 것 같은데 사이토 유카는 아빠와 웃으며 즐겁게 옛 이야기를 꺼내고 있다.

이것이 어쩌면 80퍼센트 만족이라는 것의 한 예가 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잠시 해 본다. 


말도 안되는 황당무계한 행동을 하기도 하며 평범한 가정과는 거리가 먼 일상들이 이어지고 있었지만 두 사람의 대화는 별다를 것 없는 일상을 추억하듯 유쾌하다. 

"오랫동안 나는 회사에서 상사에게 좋은 평가를 받아 승진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아버지의 인생관은 나와 전혀 달랐다. 인간이 살아가면서 느끼는 괴로움, 슬픔, 고됨 그리고 즐거움이 무엇인지 몸소 가르쳐주었다. 아버지는 작가가 아니라 그ㅑ말로 정신과 의사였다"는 사이토 유카의 말에서 그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조울증을 겪고 있는 사람에게도 조울증이 있는 누군가를 이해하고 싶은 사람에게도 이 책을 권해주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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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붕툐툐 2021-05-15 22: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제가 경미한 조울증을 앓고 있는 거 같아서 꼭 읽어봐야겠습니다~ 좋은 책 소개 감사합니다~~

chika 2021-05-16 20:59   좋아요 1 | URL
저는 감정의 기복이 커서 갱년기 증상인가 싶더라고요. 근데 요즘은 갑자기 울컥해서 화가 치밀어 올라 이건 또 뭔가... 싶기도 하고. 기복이 심한 걸 잘 다스려보기 위해 심신의 안정을 돕는 심호흡부터 시작하려고요.
우리 기복이와 친해지면서 즐겁게 잘 지내보도록 해봐요 ^^

붕붕툐툐 2021-05-16 21:04   좋아요 1 | URL
chika님 넘 좋은 말씀이세요! 기복이 있는걸 잘 받아들이는 게 진짜 중요한 거 같아요!